“한 타자만 상대해” 투수교체 도사는 염경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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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원포인트 릴리프 성공률 최고… 33번 중 27번 아웃시켜 82% 성공
SK-두산-LG감독도 ‘족집게’ 수준… 김시진 감독은 50% 실패해 최하위

프로야구 넥센 염경엽 감독이 경기 도중 왼손 투수로 교체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동아일보DB
프로야구 넥센 염경엽 감독이 경기 도중 왼손 투수로 교체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동아일보DB
프로야구 감독들은 투수 교체 과정에서 종종 ‘업무상 배임’ 혐의(?)에 시달린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배임(背任)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경우를 뜻한다. 그러니까 감독들은 당연히 투수를 바꿔야 하는데 바꾸지 않거나, 바꿀 필요가 전혀 없는 투수를 바꿨다고 의심을 받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당연히’ 또는 ‘전혀’의 기준을 세우는 건 전적으로 팬들이다.

딱 한 타자만 상대하는 원포인트 릴리프 투수를 투입하는 건 그래서 더 까다로운 선택이다. 원포인트 릴리프가 상대 타자를 잘 막았다고 감독을 칭찬하는 팬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원포인트 릴리프가 역전타라도 내준다면 ‘왜 잘 던지던 투수를 내리고 허섭스레기를 올렸느냐’는 격한 비난은 고스란히 감독에게로 돌아온다.

2013 프로야구에서 배임 혐의로부터 가장 자유로웠던 건 넥센 염경엽 감독(46)이었다. 염 감독은 지난해 원포인트 릴리프 33명을 기용했다. 이 중 27명(81.8%)이 상대 타자를 잡아냈다. 실패한 6번 중에서는 박성훈(32)이 볼넷을 내 준 게 5번으로 가장 많았다.

염 감독은 원포인트 릴리프만 잘 쓴 게 아니다. 이닝 중간에 바뀐 넥센 구원 투수진은 첫 번째 상대 타자를 타율 0.226으로 묶었다. 철벽 불펜을 자랑하는 삼성(0.206)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거꾸로 원포인트 릴리프 활용에 가장 서툴렀던 건 롯데 김시진 감독(56)이었다. 김 감독은 LG(7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원포인트 릴리프를 기용(50명)했지만 성공률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롯데에서는 특히 강영식(33)이 문제였다. 원포인트 릴리프로 등판한 강영식과 맞대결한 타자들은 OPS(장타력+출루율) 1.033을 기록하며 넥센 박병호(OPS 1.039)만큼 잘 쳤다. 이명우(32) 역시 같은 상황에서 OPS 0.979로 상대 타자를 SK 최정(OPS 0.980) 레벨로 만들었다.

지난해 원포인트 릴리프로 가장 많이 등판한 건 LG 류택현(43)과 같은 팀 이상열(37)이다. 두 선수는 원포인트 릴리프로 똑같이 24번 마운드에 올랐다. 내용은 하늘과 땅 차이다. 원포인트 릴리프로 류택현의 피안타율은 0.211밖에 안 됐지만 이상열은 두 배 가까운 0.409였다.

두 선수의 올해 연봉은 어떨까? 류택현은 지난해보다 4000만 원이 올라도 1억 원, 이상열은 동결에도 1억5000만 원이다. 그렇다고 LG 팬들이 구단을 비난할 건 없다. 강영식은 이상열의 두 배인 3억 원을 받으니까 말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투수 교체#넥센#염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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