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찬바람속 나홀로 휘파람 부는 ‘한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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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금융으로 성장 이어가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본부 임직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한국증권은 대형오피스, 사회간접자본(SOC) 등 은행과 보험사가 주로 담당했던 영역에 뛰어들어 ‘싸고 빠르게’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워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한국투자증권 제공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본부 임직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한국증권은 대형오피스, 사회간접자본(SOC) 등 은행과 보험사가 주로 담당했던 영역에 뛰어들어 ‘싸고 빠르게’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워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한국투자증권 제공
주식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증권업계에 찬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3년 연속 순이익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과 2012년 연속 순이익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4월부터 9월까지 584억 원의 순이익을 내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다. 한국증권은 “주식매매뿐 아니라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사업 등으로 수익구조를 다각화해 전 사업 분야에서 고르게 이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 오피스, 사회간접자본(SOC), 대체에너지 등 사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금융에서 한국증권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 ‘싸고 빠르게’ 전략으로 승부수 던져

프로젝트금융은 전통적으로 은행과 보험사의 영역이었다. 해당 프로젝트에 진출하려는 사업자들은 주로 은행과 보험사를 통해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했다. 2005년 프로젝트금융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한국증권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대출을 받는 것보다 조달 금리를 1.5%포인트가량 낮췄다. 자금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했다. ‘싸고 빠르게’ 전략은 주효했다. 한국증권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대형 프로젝트를 속속 따내기 시작했다.

올해 5월에는 경기 양평군, 하남시 등에 육군 관사와 간부숙소를 짓는 920억 원 규모의 민간투자임대사업(BTL) 자금 조달을 진행했다. 6월에는 1050억 원 규모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P타워부동산투자신탁(리츠) 모집을 주선했다. 7월에는 양산풍력발전사업(275억 원) 자금도 조달했다. 증권사가 대체에너지 사업을 진행한 것은 한국증권이 처음이다.

한국증권이 진행하는 프로젝트금융은 1년에 100여 건으로 사업 금액은 7조∼8조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한국증권이 맡은 프로젝트 가운데 손실이 발생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김성환 프로젝트금융본부장은 “사업을 하는 지역에 인구가 늘어나거나 관공서와 같은 주요 시설이 이전된다거나 하는 호재가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한 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사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자금 조달이 안 되는 사업도 한국증권이 맡으면 된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김 본부장은 “투자금액을 작은 단위로 쪼개 개인 투자자들도 프로젝트금융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 “다양한 분야 진출해 위험 분산”

프로젝트금융본부는 지난해 391억 원의 수익을 낸 데 이어 올해 4∼9월에는 261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4∼6월 회사 순이익 가운데 18%가 프로젝트금융본부에서 나왔다.

부동산 경기는 계속 침체를 겪다 올해 들어 조금씩 회복되고 있고 국책 사업 규모도 연도별로 변동이 커 프로젝트금융 분야에서 매년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 이 분야에서 한국증권이 계속 이익을 낼 수 있었던 요인은 특정 분야만 고집하지 않고 대형 오피스, SOC, 민간투자임대사업(BTL), 대체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위험을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백화점식 사업수주’ 전략으로 파도를 헤쳐 나간 것이다.

유상호 한국증권 사장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는 전체 사업 영역에서 프로젝트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30%가량 된다”며 “회사 전체의 사업 구조를 더욱 다각화해 특정 분야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한국투자증권#민간투자임대사업#BTL#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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