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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지금이 제철]<40>기장멸치… 겨우내 잃었던 입맛 깨우는 ‘봄 보약’

입력 2013-04-30 03:00업데이트 2013-04-30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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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양배추 쪽파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기장멸치회. 상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31년째 멸치잡이를 하고 있는 이수길 선장(60). 매일 오전 6시 반이면 23t급의 27청경호에 몸을 싣는다. 오전 9시경 대변항에서 20∼25km 떨어진 곳에 도착한다. 베트남인 2명과 인도네시아인 1명을 포함해 선원 8명이 멸치잡이 그물을 친 시간은 오전 10시. 어군탐지기로 바닷속을 살피면서 멸치 떼를 발견하면 그물을 걷어 올린다. 수만 마리의 멸치가 은빛 비늘을 퍼덕이며 배 밑 어장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반복하길 네 차례. 오후 1시경 만선이 되자 일을 마치고 오후 4시경 대변항으로 입항한다. 육지에 와서도 쉴 틈이 없다. 오후 10시까지는 멸치털이와 크기 선별, 중매인에게 넘겨주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어기나 디야, 어기나 차야.” 8명의 선원이 4명씩 짝을 맞춰 내뱉는 후리소리. 장단에 따라 하늘로 치솟던 그물이 떨어지는 찰나 수백 마리 멸치가 허공에 잠시 머문 뒤 수거 망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기장 대변항의 멸치잡이가 이달부터 시작됐다. 이맘때 20∼30t의 멸치잡이 어선 1척이 잡는 양은 하루평균 6∼8t. 현재 생멸치 위판가격은 kg당 3500원, 소비자가격은 5000원 정도다.

대변항에는 한때 멸치잡이 배가 30척이 넘었으나 현재는 10척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어획량은 봄 2000t, 가을 1000t 등 약 3000t. 전국 생산량의 2%에 불과하지만 봄 멸치의 경우 기장 멸치를 최고로 친다.

기장 멸치는 우선 크다. 큰 놈은 길이가 10cm가 넘어 대멸 중의 대멸에 속한다. 기장 멸치는 살이 통통하고 연하며 지방질이 풍부해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기장 멸치는 생선 대접을 받는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겨울철 남쪽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자란 멸치가 알을 낳아 가면서 북상하다 대변항 연근해에서 잡혀 영양도 좋고 맛도 일품이다”라고 분석했다. 김진호 선장(49)은 “기장 앞바다는 동해와 남해의 경계수역으로 한류와 난류가 만나면서 물살이 세고 멸치 활동력이 왕성해 다른 지역 멸치와는 질이 다르다”고 말했다.

봄 기장멸치는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살리는 보약과 같다. 미나리와 쑥갓 양배추 쪽파 등 제철 야채에다 새콤달콤한 고추장에 버무린 멸치회 앞에선 그 누구라도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우거지에 대파 팽이버섯 들깻가루 된장을 넣어 끓인 멸치찌개도 별미다.

대변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손경애 씨(50)는 “크기가 커서 구워 먹는 게 가능하고 튀김, 조림도 좋다”며 “기장멸치로 담근 젓갈은 김장용뿐만 아니라 보쌈 양념으로도 좋아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30여 곳의 대변항 횟집에서 갖가지 멸치요리를 맛볼 수 있다. 도로변에 위치한 100곳의 지역특산물판매상에서는 싱싱한 멸치와 멸치젓갈류를 싸게 살 수 있다.

‘通通(통통) 튀는 생생 멸치, 정 넘치는 기장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제17회 기장멸치축제가 다음 달 2∼5일 대변항에서 열린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초대 군수 때 시작한 기장멸치축제가 전국 먹거리 축제의 효시가 됐다”며 “갯내음 물씬한 기장 멸치축제에서 오감을 느껴 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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