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인사동 먹자골목 화재현장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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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목조건물… 무허가 다닥다닥

1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먹자골목’ 화재 현장이 포탄을 맞은 듯 폐허로 변해 있다. 이날 오전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에서 잔불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먹자골목’ 화재 현장이 포탄을 맞은 듯 폐허로 변해 있다. 이날 오전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에서 잔불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먹자골목’. 17일 밤 발생한 화재로 새카맣게 그을리고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옛 정취는 찾아볼 길 없었다. 매운 공기만이 주위를 떠돌았다.

이번에 불탄 ‘육미’ ‘논밭골’ ‘제주해물촌’ 등 오래된 식당 간판들만 철제봉에 매달려 있었다. 시민들은 화마(火魔)에 사라진 추억의 식당가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이곳을 찾은 주부 최성희 씨(46)는 “어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단골집인 육미 가게가 이렇게 처참하게 변해버렸다니…”라며 아쉬워했다. 한 달에 두세 번씩 꼭 이곳 식당가를 찾았다는 최인환 씨(74)는 “단골집들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려 슬프다. 가끔 와도 참 편한 곳이었는데 지날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 다시 새 단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좁은 골목에 빼곡히 들어선 8개 건물 19개 점포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대부분 서민들이 퇴근길에 부담 없이 찾던 곳이었다. 옛 이문설농탕 자리를 포함해 오래된 맛집과 유서 깊은 역사적 장소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 만큼 허름하지만 그 운치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찾아오는 단골들과 인근 관광명소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왔다.

이번 화재 피해를 당하지 않은 먹자골목 내 다른 식당들은 18일 평상시와 다름없이 영업을 했다.

이번 화재가 1시간 반 만에 크게 번진 것은 사고 건물들 중 목조와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불법 증축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사동 부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재개발 지역으로 고시된 지 30년이 넘다보니 임시방편으로 증축하는 경우가 많았다. 손님이 많아 신고한 면적보다 공간을 넓힌 곳도 있었다. 담당 공무원들도 곧 새 건물을 지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서울시 도시정비과에 따르면 불이 난 지역은 1978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실제로 본보 취재팀이 처음 불이 난 3층짜리 육미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2층 건물로 등록돼 있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3층이 불법 증축된 게 맞다. 그 일대가 5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 많아 조금씩 증축한 것은 단속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화재로 피해를 본 2, 3층 건물 가운데는 등기부등본에는 토지 등록만 돼 있고 건물은 아예 등록되지 않은 곳도 2군데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골목에서는 벽돌건물 위층이 패널로 돼 불법증축이 의심되는 건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지역에서 12년째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모 씨(72)는 “(불법 증축한 건물의 가게) 주인들이 대부분 사업자등록증만 갖고 영업을 한다. 불법 건물이라 소방 점검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화재가 난 먹자골목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인사동 ‘문화의 거리’ 바로 옆이고 삼청동, 청계천 등과도 가깝다. 인근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조모 씨(45)는 “투숙객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지만 화재 지역이 인사동길로 유명한 관광지 인사동과는 거리가 있는데 ‘인사동 화재’로 알려져 외국인 관광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소방방재청은 이날 각 시도에 공문을 보내 화재가 난 인사동 같은 전통문화거리나 목조건물 밀집지역 등에 대한 일제점검을 다음 달 말까지 하도록 했다. 점검을 통해 화재 발생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선 추가로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할 방침이다.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되면 소방당국이 연 1차례 이상 소방특별조사를 하는 등 소방점검을 강화한다.

주애진·박희창·권오혁 기자 jaj@donga.com
#인사동#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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