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 핵실험]오바마 국정연설날 콕 찍어… 대미 협상 주도권 겨냥한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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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잇단 강경카드 노림수

北, 3차 핵실험 노림수는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16일) 4일 전(12일) 3차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김정일의 업적인 ‘핵보유’를 아들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유훈으로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를 소집해 중대조치를 결심한 지난달 27일부터 북한은 내부 일정에 따라 핵실험을 준비하고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개정된 사회주의헌법은 김정일의 업적을 평가하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전변시켰다’고 밝혔다. 또 핵실험에 앞서 김정은이 ‘일꾼협의회’(1월 27일)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2월 3일) ‘당 정치국 회의’(2월 12일)를 잇달아 주재해 국가 의사결정이 절차를 밟아 이뤄지고 있음도 과시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핵실험은 북한 주민들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하고 안정감을 찾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라며 “향후 미사일·핵실험의 성공과 친(親)인민 행보는 체제 정당화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핵실험은 미국 겨냥한 사실 재확인


이번 3차 핵실험은 앞서 2회의 핵실험과 같은 패턴을 되풀이했다. 장거리로켓 발사로 국제사회 비난이 쇄도하면 이를 빌미로 더 큰 도발인 핵실험을 단행하는 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핵실험은 우리의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위성발사 권리를 침해한 미국의 적대행위에 대처해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실제적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09년 5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조전(弔電)을 보내고 4시간 만에 2차 핵실험 버튼을 눌러 한국은 안중에 없음을 드러내곤 했다. 핵실험 날짜도 ‘깜짝 효과’ 극대화를 위해 미국 일정에 맞췄다. 1차 핵실험은 미국 휴일인 ‘콜럼버스 데이’에 맞춰, 2차 핵실험은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5월 마지막 주 월요일)’와 같은 날에 단행했다. 3차 핵실험이 실시된 12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예정된 날이다.

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 도발을 감행하는 건 북한의 전형적인 기선제압용 협상술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29일 북-미합의(2·29합의)를 한 직후인 4월 13일 장거리로켓을 발사해 대화 분위기도 공중으로 날려 보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2·29합의를 준수하고 핵개발 및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24만 t 식량지원을 받지만 다른 도발로 이 틀을 깨면 판돈이 더 올라간다는 특유의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1일 오후 10시경 미국 중국 러시아에 핵실험 사실을 사전 통보했다. 1차 때 4시간 전에, 2차 때 30분 전에 통보한 것과 달리 미국에 하루 전에 통보한 것은 대화 국면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 외교소식통은 “언론에서 핵실험 연기설이 보도되자 ‘설명을 해줘도 못 알아듣네’식으로 밝혀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친절하게 사전 설명을 한 게 아니라 자신들의 엄포를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통보해온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 북한 핵개발의 장본인들은 누구?

북한의 핵개발 주도세력은 현재 3세대를 거쳐 4세대로 넘어가는 중이다. 김일성 시대의 1세대는 도상록 이승기 한인석 등 월북 과학자들이 주도했다. 2세대는 정책적으로 길러낸 소련(러시아) 유학파로 정근 최학근 서상국 등이다. 특히 서상국은 1966년 귀국해 김일성종합대 물리학부 강좌장(학과장)을 지내며 1차 핵실험까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세대의 대표인물로는 전병호 정치국 상무위원이 있다. 그는 1990년 당 군수공업정책검열부장으로 핵개발에 관여했으나 2010년을 기점으로 2선으로 후퇴했다. 그에게서 군수담당 당 비서를 넘겨받은 박도춘,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군수공업부장의 후신), 백세봉 제2경제위원장 등이 현재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주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시대에 새롭게 부각된 인물로는 홍승무 당 기계공업부 부부장이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김정은이 주재한 ‘일꾼협의회’ 멤버 7인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로켓 발사 성공 공로로 최고 명예인 김정일훈장도 받았다. 당국은 홍 부부장이 무기개발 실무 총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핵실험#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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