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342조 원]균형재정-경기부양 절충… ‘나라 곳간’ 축내지 않고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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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안 특징과 의미

‘균형재정’과 ‘경기부양’. 양립하기 어려운 이 두 키워드를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의 목표로 동시에 내세웠다. 지난해 정부가 약속한 ‘균형재정’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정지출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짰다.

대규모 지출은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일자리 창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경기진작 효과가 큰 분야의 예산을 늘려 재정투입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제침체 속에서 경제성장을 유지하며 ‘나라 곳간’이 축나는 것도 막겠다는 목표는 바람직하지만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 균형재정 기조로 지출 최대화

정부가 25일 확정한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5.3% 증가한 342조5000억 원. 정부는 여기에 ‘이차보전(利差補塡)’ 방식을 동원해 6조7000억 원의 민간자금을 추가로 끌어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차보전이란 정책 수혜대상이 민간 금융회사 등에서 낮은 정책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정부가 시중금리와 정책금리의 차이만큼을 메워주는 재정기법으로 이자 차액만으로 민간자금을 활용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감안한 총지출 증가율은 7.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경기진작 효과가 큰 SOC와 일자리 분야의 예산을 집중적으로 늘렸다. 특히 SOC에는 각 부처가 요구한 20조8000억 원보다 3조1000억 원 많은 23조9000억 원을 배정했다. 부처가 요구한 예산을 깎는 게 재정당국의 역할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일자리 분야에는 올해보다 8.6% 늘어난 총 10조8000억 원이 투입된다. 공공근로를 비롯해 중소기업 인턴, 지역사회 서비스 등 재정지원 일자리를 총 58만9000개 만들고 뿌리산업 및 신성장분야 현장 맞춤형 훈련으로 청년 인재 5만 명을 키우기로 했다. 중견·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퇴직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일자리 3만 개도 만든다. 이 밖에 복지 분야에는 올해보다 4.8% 늘어난 97조1000억 원, 연구개발(R&D)에는 5.3% 증가한 16조9000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나… 정치권 논란도 예상

정부가 전망하는 내년도 관리대상수지는 4조8000억 원 적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3%로 적자폭은 작지만 적자예산인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유럽연합(EU) 기준 등에 따르면 ―0.3%까지는 균형재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0.3% 적자란 결국 정부가 균형재정 기조 내에서 소폭의 부양만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곳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짰지만 분야별 3∼5% 안팎의 지출 증가로 경기방어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또 내년에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한국경제가 정부 전망치인 4%까지 성장하지 못할 경우 세수가 줄고 지출은 늘어나기 때문에 균형재정 달성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순순히 처리할지도 미지수다. 당장 0∼2세 무상보육 폐지를 놓고 여야 모두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게다가 인천국제공항 지분매각,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이 세외(稅外)수입 계획에 포함돼 정치권의 반대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관련법 개정이 안 돼 지분매각, 민영화 등이 무산되고 무상보육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그나마 정부가 짜놓은 ‘균형재정 유지’ 계획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예산안#균형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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