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성폭행’ 당한 거라면 임신 잘 안 돼”…美 의원 발언 논란

"'진짜 성폭행(legitimate rape)'을 당한 여성은 임신하는 경우가 드물다."

미국의 한 보수주의 정치인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CNN 등 미국 언론들이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주리 주(州) 상원의원 선거 공화당 후보인 토드 아킨(65) 하원 의원은 최근 지역 방송 KTVI-TV와의 인터뷰에서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 낙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낙태 반대론자인 아킨 의원은 "내가 의사들로부터 듣고 이해한 바로는 성폭행을 당해 임신하는 경우는 드물다. '진짜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경우, 체내에서 (임신이 불가능하도록)모든 것을 막으려고 반응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아킨 의원은 이어 "체내 반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임신)를 가정해보자. 그럼 누군가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 대상은 성폭행범이지 뱃속의 아이가 아니다"라며 낙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아킨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의 발언은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한 여성을 '성폭행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클레어 매캐스킬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여자이자 성폭행 사건 100여 건을 다뤄본 전직 검사로서 아킨의 발언에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매캐스킬 의원은 성명을 통해 "성폭행으로 인한 심리적·육체적 트라우마에 대해 무지한 발언"이라며 "심각한 범죄인 성폭행과 그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 그렇게 표현하다니 정말 역겹다"고 말했다.

매캐스킬 의원은 11월 열리는 미주리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아킨 의원과 맞붙는다.

파문이 커지자 아킨 의원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아킨 의원은 19일 성명을 통해 "사전 준비 없이 한 발언들을 다시 살펴보니 내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됐다. 매년 발생하는 성폭행·학대 피해 여성 수천 명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데, 이 마음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비열한 인간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낙태를 반대한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그는 "특히 성폭행 사건의 경우 낙태가 감정적으로 격론을 일으키는 문제라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모든 생명은 보호돼야 하며, 무고한 피해자(태아)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반대하는 낙태 옹호론자들을 인정하며, 이 선거에서 그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1998년 미주리 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아킨은 성폭행과 근친상간 등 모든 상황에서의 낙태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후피임제 또한 낙태와 똑같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한편 CNN에 따르면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통계는 산출하기가 어렵다.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최대의 성폭행예방단체인 강간·학대·근친폭력 예방전국네트워크(RAINN)에 따르면 성폭행 피해자의 5%가 임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의과대학교의 1996년 연구결과 또한 같은 수치를 제시했으며,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이 매년 평균 32101건 발생한다고 밝혔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