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전자 검사 99% 아들 인정안하려한 남자 “기각”

동아일보 입력 2012-02-07 19:44수정 2012-02-0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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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감정 결과 친자일 확률이 99.99%인 아들을 법리상 허점을 이용해 인정하지 않으려 한 70대 남성에게 법원이 "친자임을 인정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손왕석)는 최모 군(20)의 어머니 A 씨(53·여)가 최 군의 생부 B 씨(78)를 상대로 낸 친자 인지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치과 간호보조사 A 씨는 1991년 7월 최모 씨와 결혼했지만 그해 10월 치과원장 B 씨와 성관계를 가져 이듬해 8월 최 군을 낳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 최 씨는 1994년 2월 원장 B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함께 최 군이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B 씨가 최 씨에게 위자료 2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B 씨는 결국 돈을 지급했다.

이후 A 씨는 남편과 최 군의 동생까지 낳았으나 2003년 결국 합의 이혼했다. 이혼 3년 후 A 씨는 원장 B 씨에게 "남편 최 씨의 사주에 의해 계획적으로 선생님을 괴롭혀 드린 점을 사과드립니다. 이제 다시는 염려하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작성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A 씨는 2011년 원장 B 씨를 상대로 "최 군을 친자로 인정하라"며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증거로 제출된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의 유전자 검사 결과 B 씨가 최 군의 생부일 확률은 99.9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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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B 씨는 법리상 이유를 들어 항소했다. 민법 844조의 '친생자 추정 원칙(혼인 중 태어난 아이는 법률상 아버지의 자식으로 봄)'이 원칙이 아직 유효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원칙에 따르면 A 씨는 전 남편 최 씨를 상대로 소송을 해 최 군이 친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은 후에야 B 씨에게 소송을 할 수 있다.

'신의성실의 원칙'도 주장했다. B 씨는 "A 씨가 임신 중에는 낙태수술비, 수술휴양비 등으로 수차례에 걸쳐 685만 원을, 출산 후에는 위자료 명목으로 500만 원을 받아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A 씨가 남편과 공모해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임신한 것으로 이번 청구는 도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객관적으로 B 씨가 친부임이 명백한 이상 친자 추정 원칙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며 "어머니와는 별도로 친자인 최 군의 처지에선 아버지를 확인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은 "과학발전에 따라 유전자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게 돼 판례를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성규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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