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둔의 마을’ 아미시에 수염깎기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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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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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앙심 품은 이단종파 남성상징 수염 강제로 깎아…“자체 해결” “경찰 협조” 갈등

4일 미국 오하이오 주의 아미시 공동체에 사는 마이런 밀러 씨 가족은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문을 열자 가위를 든 5, 6명의 남성이 들이닥쳐 밀러 씨를 벽에 밀어붙이고 수염을 싹둑 잘라 버렸다.

최근 미국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근교의 조용한 아미시 마을에서 ‘강제 수염 깎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아미시 공동체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자체 질서유지 전통이 시험대에 올랐다.

클리블랜드 남동부 제퍼슨, 홈스, 트럼벌 카운티 지역에는 6만여 명의 아미시 주민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 가장 큰 아미시 공동체가 형성돼 있다. 최근 2개월 동안 이곳에서 4건의 수염 깎기 사건이 발생했다. 여러 명의 아미시 남성이 밤중에 가위를 가지고 침입해 집주인 남성의 수염을 깎고 여성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건이 발생한 것. 경찰은 침입자들이 한 아미시 이단 종파의 추종자들로 자신들을 이 지역에서 추방한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아미시 전통에 따르면 남성에게 수염은 남성성을, 여성에게 머리카락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결혼 후에는 자르지 않는다.

17일 AP통신에 따르면 아미시 공동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범죄 해결을 위해 외부 사법당국과 협조하는 문제를 두고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외부 문명을 거부하고 자족적인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아미시 공동체는 지금까지 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처벌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해왔다. 그러나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이번 사건의 피해자 중 일부는 ‘수염과 머리카락을 자른 것은 중대한 범죄’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5명의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아미시 주민의 상당수는 ‘신의 용서를 받으려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해야 한다’며 내부적인 조용한 해결책을 원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외부 세계와의 접촉 빈도가 많아지면서 아미시 공동체에서는 대형 범죄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오하이오 아미시 공동체에서는 주민들이 수백만 달러의 투자금을 사기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미시시피 아미시 공동체에서는 한 아미시 남성이 주민들의 신고로 성추행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펜실베이니아 메시아칼리지의 데이비드 위버저셔 종교학과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미시 공동체의 교회 지도자들이 내부 해결책을 모색해왔는데 이들의 권위가 하락하면서 경찰의 개입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아미시 공동체 ::


17세기 말 스위스에서 시작된 침례교 종파로 이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전기, 전화, 자동차 등 현대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고 교회를 중심으로 가족 단위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남성은 턱수염을 기르며 여성은 땋아 올린 머리에 두건을 쓰고 앞치마를 두른다. 미국 내 아미시는 20만 명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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