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홍대인디열전]꿈을 꾸면 언젠가 열매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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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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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헤이즈 '아웃스탠딩'

●홍대 앞의 오래된 중고 신인 '퍼플헤이즈'의 데뷔 앨범
●제니스의 독특한 보이스와 멤버들의 탄탄하고 화려한 연주력

<퍼플헤이즈>의 기타리스트인 이정훈
<퍼플헤이즈>의 기타리스트인 이정훈

앨범을 출시하지 못했다고 초조해하는 인디밴드가 주위에 적지 않다. 그러나 '퍼플헤이즈(Purple Haze)'의 사례를 본다면 그런 걱정은 잠시 접어두어도 될지 모르겠다. 앨범이란 내야할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실력파 퓨전밴드로 널리 알려진 '퍼플헤이즈'가 결성된 건 이미 6년 전인 2005년이다. 그러나 첫 정규앨범은 1월20일에나 나올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늦깎이 신인(?)밴드이지만 수많은 라이브 경험과 세련되고 에너지 넘치는 무대 매너로 이미 필드에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아온 이들이다.

무릇 작품이란 천재가 벼락처럼 쏟아낼 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는 석수장이의 정에 맞은 돌처럼 다듬고 다듬어져서 세월에 비바람 맞아 연초록 이끼 빛깔까지 내며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

'퍼플헤이즈'란 밴드이름은 자주 외국 계 밴드와 혼돈을 주기도 한다. 실제 워낙 많은 밴드가 탄생하고 수많은 노래들이 작곡되기 때문에 그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리가 논하는 '퍼플헤이즈'는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5인조 혼성 밴드를 말한다.

이들이 활동을 결심하던 2004년 즈음에는 한창 홍대가 번성을 구가하던 시점이었다. 다양한 장르와 뮤지션들이 이합집산을 하며 새로운 팀의 창단이 봇물을 이뤘다. 그 당시 '프리버드'란 클럽을 중심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 무대에 서는 5인조 밴드로 구체적 모습을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멤버 교체가 이뤄지며 시간은 흘렀고 이정훈(34)이라는 프로듀서겸 기타리스트는 한번 팀을 접고 새로 시작하며 퍼플헤이즈라는 이름을 들고 합류한다. '보라색 연기'라는 의미의 '퍼플헤이즈'는 또한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지미헨드릭스의 노래 제목과 같은 이름이기도 했다.

■'Purple Haze' 이미 홍대에서는 실력파 밴드로 널리 알려져

결성한지 이미 6년차인 <퍼플헤이즈>는 아직도 함께 돈을 모아 연습하고 무대에 선다. 전형적인 인디적인 생존방식이다.
결성한지 이미 6년차인 <퍼플헤이즈>는 아직도 함께 돈을 모아 연습하고 무대에 선다. 전형적인 인디적인 생존방식이다.

조금은 과한(?) 종교 생활에 몰두하던 멤버들은 한 두 차례의 녹음이 끝난 뒤에 탈퇴를 하기도 했었고 새롭게 서울예대출신의 신출귀몰한 베이스 김엘리사(29)와 드러머 김태우(29)를 영입하며 행복한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창립 초기의 숙원 사업이었던 데뷔 앨범을 드디어 올해 내놓을 수 있었다.

현재 '퍼플헤이즈'의 주축 멤버는 기타와 리더인 이정훈 그리고 신촌블루스에서 객원보컬을 하는 제니스, 건반에 정은영, 베이스에 김엘리사, 드럼에 김태우로 채워져 활동한다. 멤버 평균 연령이 서른 살을 훌쩍 넘을 만큼 성숙했다. 연주실력 만큼은 언더씬에 명성을 드 높인지 오래다. 흔한 말로 중고신인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들이야 말로 진심으로 오래된 신인일 것이다.

10곡이란 빡빡한 창작곡에 두 곡의 '라디오 에디션'을 추가한 앨범 '아웃 스탠딩(Outstanding)'이 바로 그것이다. 오랜 시간 가다듬으며 구축한 편곡도 수차례 바뀌었을 것이다. 5인조 밴드라는 형식을 고집했던 덕에 연주자들이 바뀔 때마다 분위기와 템포 그리고 화성까지도 수차례 변했을 것이다.

이 모든 시련의 계절이 지나고야 화려한 꽃을 피웠으니 말 그대로 '아웃스탠딩'한 앨범일 것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불이 붙은 밴드의 여정 속에 앨범을 낸다는 일은 머나먼 여정으로 비쳤지만 결국 2011년 1월 20일 미러볼의 배급으로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열흘도 되지 않아 300여장이 불(?)난 듯 팔리기 시작했다.

물론 아이돌 가수처럼 "선주문 1만장!" 따위의 대박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려온 팬들이 있었고 처음 듣는 음악에 공연장과 방송을 통해 그리고 요즘 흔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접한 이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런 작지만 실력 있는 밴드들이 많아져야 한국 대중음악계가 더욱 건강해지고 보다 멋진 음악적 성과들을 계속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들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추모공연(1월27일)에도 참여함으로서 음악 동지의 우정과 의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홍대를 지키는 진짜 뮤지션들의 '아웃스탠딩'한 데뷔앨범

중고신인 <퍼플헤이즈>의 데뷔앨범 ‘아웃스탠딩’
중고신인 <퍼플헤이즈>의 데뷔앨범 ‘아웃스탠딩’
재즈와 보싸, 소울 그리고 록까지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거의 모든 스타일의 음악을 구사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퓨전'이 된다. 한솥밥같이 먹으며 동거동락하는 록밴드는 아니지만 멤버들 간에 밴드라는 마인드를 지니고 일심동체로 움직인다는 장점도 있다.

함께 돈을 모아 연습하고 앨범을 내고 활동경비를 충당하며 많은 공연들을 이뤄냈다. 앞으로 공연일정도 바쁜 편인데 코리아블루스페스티발과 앨범발매공연(3월12일 서울 홍대앞 예정)도 한창 준비 중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타이틀곡인 'A Gogo'는 결국 가위바위보로 결정됐다고 한다. 이 노래는 보컬이 마치 얘기하듯 흥겨운 템포로 한국에서는 제일 잘 먹힌다는 '템포 136' 빠르기로 흥겨운 가사와 느낌이 인상적이다. 이들의 가사는 흔하디흔한 통속적인 사람 사는 인생사나 연애이야기가 노래되지만 그것을 어떻게 요리하는가에 있어서 탁월한 감각을 내비친다.

같은 떡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도 중요하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는 얘기에 걸 맞는 퍼플헤이즈의 데뷔앨범을 찾는 손길은 당분간 점점 더 입소문을 타고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컬인 제니스는 자신의 닉네임이 '제니스 조플린'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소울가수의 음색을을 자랑한다. 언뜻 한영애의 톤을 섞어서 진한 냄새를 풍기고 있기도 하다.

다른 포지션의 멤버들 역시 모두 대중음악을 전공한 경력에 걸맞게 연주 또한 빈틈이 없다. 시나위와 부활의 녹음 작업에도 참여한 적 있는 이정훈은 사운드메이킹에 있어서 특히 신경을 쓴 눈치다. 많은 음반들이 제작되는 토마토스튜디오 김종삼 기사도 함께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디지털 음원 시장의 등장 이후 앨범 수록곡 전체의 완성도와 자켓 디자인이 가볍게 취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퍼플 헤이즈'는 옛 앨범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최대한 꼼꼼하게 다져진 듯 최고 수준의 앨범 디자인까지 함께 내놓았다. 말 그대로 어느 하나 버릴 곳 없는 맛있는 음악의 만찬이다.

'퍼플헤이즈'의 음악은 공감각적이다. 특히 가사 내용은 아주 오랜 시간 세상의 중심을 처연하게 바라보며 사는 평범한 이들의 감수성 넘치는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여러분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김마스타/ 가수 겸 칼럼니스트 sereeblue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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