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팬질’ 너무 힘들어 아예 방송국 연 JYJ 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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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3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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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JYJ. 왼쪽부터 준수, 재중, 유천.
그룹 JYJ. 왼쪽부터 준수, 재중, 유천.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책상 두 개, 컴퓨터 두 대. 세면대의 칫솔 수 십 개와 한 쪽에 세워진 접이식 침대 네 대….

이 곳은 3월 3일 개국을 앞둔 인터넷 방송국 'ilovejyjcom'의 사무실이다. 'ilovejyjcom'은 그룹 JYJ(재중 유천 준수) 전용 방송국으로 1년 365일 24시간 내내 JYJ의 음악과 영상을 내보낸다. 10대부터 50대까지 5, 60명 스태프들은 모두 JYJ의 팬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팬들이 전용 방송국을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들은 왜 '밤잠 줄이고 휴일 반납하고' 인터넷 방송국을 준비하고 있을까. 'ilovejyjcom'의 대표 헬레나(가명·48)와 홍보팀장 아날로그(가명·27)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의사회구현단? JYJ와 JYJ 팬들 위로하고 싶을 뿐"

-1월 초 인터넷방송국 'ilovejyjcom' 준비 소식이 화제였습니다.

"지난해 12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JYJ 팬 몇몇이 인터넷 방송을 해보자고 모였습니다. 거창하게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이쪽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어서 마이크랑 컴퓨터만 있으면 될 줄 알았죠. 우리 집에 모여서 지인이 기증하기로 한 서버 2대로 시작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당장 웹 개발비만 5000만원이 든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예 인터넷에 우리 계획을 알려서 웹 개발을 도와 줄 분을 모집하자고 했죠. 그 과정에서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헬레나)

-인터넷에 글을 올렸을 때 반응은 어느 정도였나요.

"공고를 올리자마자 정말 엄청난 반응이 왔습니다. 하루가 지나자 해외 팬들에게서까지 연락이 왔습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전역은 기본이고 페루 부다페스트 쿠바 등지에서 팬이라며 어떤 일이든 하고 싶다는 메일이 250여 통 왔어요.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는데 만의 하나 개국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사기'를 치게 되겠다 싶어서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하하"(헬레나)

-왜 인터넷 방송을 결심하셨나요.

"모두 아시다시피 JYJ는 지상파 출연이 어렵습니다. 답답해하다가 인터넷 방송 '라디오21'에서 동방신기와 JYJ 음악만을 연달아 내보내는 것을 들으며 공중파가 어렵다면 인터넷 방송에라도 나오면 되겠구나 싶었어요."(헬레나)

"개인적으로, 자발적으로 하는 방송일 뿐입니다. 공중파에 못 나가는 JYJ도 위안을 받고, 그들을 못 보는 팬들도 위로를 받기를 바랄 뿐이죠. 사실 JYJ도 힘들겠지만 좋아하는 가수를 무대가 아닌 뉴스 시사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는 팬들도 '더럽게' 힘들거든요."(아날로그)

JYJ는 소속사와 계약 분쟁이라는 이유로 지상파 출연이 어렵다. 지난해 10월 1집 '더 비기닝(The Begining)'이 발매됐고 높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가수로서 지상파 무대에 선 적은 KBS '연예대상'을 제외하고는 없다.

아날로그는 "기존 팬들은 '신생' 팬들이 부럽다고 할 때도 있다. 이제 막 팬이 됐으니 과거 활동 자료만 찾아보면서도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거대 기획사에 맞서는 정의사회구현단'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물론 JYJ의 팬이 아닌 분들이 방송을 듣고 '다른 연예인들은 인터넷 방송국이 없는데 왜 JYJ만 있지'라는 의문을 품고 이 상황에 대해 알게 되는 시발점이 될 수는 있겠죠.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JYJ와 JYJ의 팬을 위로하는 데 있습니다."(아날로그)

-스태프는 어느 정도 되나요?

"5, 60명 정도 됩니다.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JYJ 팬이 된 '신생 이모팬'이 주축일 것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10대가 3분의1, 20대가 3분의1, 30대 이상이 3분의1 정도입니다. 동방신기 데뷔 당시 10대였던 팬들이 이제 20대가 된 경우도 많고 이제 팬이 된 10대, 30대 분들도 많아요. 남자 스태프도 3명 있고요."(아날로그)

스태프들은 DJ 작가 홈페이지관리 등 방송국에 필요한 재능을 기부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학생 직장인 등 각자 생활이 있기 때문에 낮에는 본업에 충실하고 밤이나 주말을 이용해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

-JYJ는 SM과 소송 중인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작권과 초상권을 조심하려고 합니다. 방송에서 노래를 틀려면 저작권협회에 저작료를 내야하는데,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최근 비영리단체로 가입도 마쳤습니다. 초상권은 팬들이 직접 찍은 영상 사진 등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문제를 막기 위해 변호사에게 자문도 구하고 있습니다."

헬레나는 "변호사 또한 JYJ 팬인 부인의 권유로 자원봉사하고 있다"고 귀띔하며 "지원자 중에 전, 현직 프로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국 소식이 알려지자 공고도 내지 않았는데 'OOO에 근무하고 있는데 OOO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먼저 메일을 보내오는 팬들이 많아요. 지원서를 통해 '아, 이런 팀도 필요하구나' 알게 된 경우도 많죠. 아날로그 홍보팀장도 먼저 메일을 보내온 경우에요. 전 세계 팬들이 지금도 메일을 보내오고 있고요. 다들 먼저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입니다."

ilovejyjcom 홈페이지 화면
ilovejyjcom 홈페이지 화면

▶ "'ilovejyjcom'이 없어지는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송국 개설이 화제가 되며 대표님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사실 그동안 인터뷰 요청도 많이 들어왔는데 우리 스스로도 진짜 방송국을 개국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기 때문에 모두 거절했습니다. 웹개발팀 영상팀 홈페이지관리팀 작가팀 번역팀 홍보팀 인력관리팀 등 각 팀들이 자리 잡고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한 게 최근입니다. 3월 3일에 개국하겠다고 인터뷰까지 하고는 혹시 문제가 생겨 개국이 늦어지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헬레나)

헬레나는 "아들 둘이 있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히며 "혹시라도 이상한 루머에 남편과 아들이 상처받을 수 있어 가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스태프들 중에서도 그의 실명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고. 아날로그도 "주위에서 내가 JYJ 팬인 것은 알고 있지만 'ilovejyjcom' 스태프임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JYJ와 직접 만난 적은 있나요.

"콘서트 쇼케이스 등 행사에서 멀리서 본 게 전부입니다. JYJ의 언론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프레인과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알려야 할 것 같아서 알리긴 했지만 만난 적도 없고요. 우리가 JYJ에 가까이 가고 싶어서 방송을 준비한다는 루머도 있던데 절대 아닙니다. "(헬레나)

-임시홈페이지에 '재능 기부'는 받지만 물품은 받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개국 전까지는 '하드웨어'는 제가 기증하고 '소프트웨어'는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팬들로 채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여러 사람의 후원금으로 방송을 준비했다면 이 정도의 속도로 준비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3월 3일 개국에 맞추려다보니 제 주머니를 열게 됐지만 개국 후에는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후원금은 받을 생각입니다. 자리를 잡으면 저도 대표에서 물러나 팀장들에게 운영을 맡길 것입니다."(헬레나)

'ilovejyjcom'은 한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해 임시홈페이지로 운영 중이다. 하루 방문자만 5000여명. 회원수는 2000명이다.

-인터넷 방송국은 24시간 운영되나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24시간 반복 재생합니다. 주말에는 주중 프로그램을 틀고요. 방송은 우리말로 하지만 해외 팬들을 위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번역한 텍스트를 붙일 생각입니다. 유튜브에도 방송을 올릴 예정입고요."(헬레나)

개국 축하 이벤트로 심영섭 영화평론가 유명은 시인 등 JYJ의 팬이라도 밝힌 유명인들과 송중기 유아인 등 동료 연예인들에게서도 축하 멘트를 받을 계획이다. 축하 멘트를 받을 사람도 임시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에게 추천받았다.

-프로그램은 결정됐나요.

"팬들 의견도 받고 스태프들도 논의 중입니다. 제가 쉽게 가자고 해도 스태프들이 JYJ가 볼 지도 모르는데 어설프면 안 된다며 펄쩍 뜁니다. 하하"(헬레나)

"멤버들이 추천하는 책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나 일본에서 발표한 노래들을 한글로 번역해서 알려주는 코너, 남자 팬들이 JYJ 팬임을 '커밍아웃' 할 수 있는 코너 등을 구상하고 있어요."(아날로그)

-애로사항도 많을 것 같은데요.

"사실 JYJ만큼이나 팬들의 상처도 깊어요. 특히 동방신기 데뷔 적부터 지켜본 팬들은 그간의 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았고 예민하죠. 그래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하려고 합니다."(헬레나)

헬레나는 "스태프들 중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도 있는데 피부관리는커녕 잠이 모자라 피부 트러블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본인도 이런저런 생각에 수면제 없이는 잠들지도 못한다고.

인터뷰 말미 "개국해서 방송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싶다"는 이들은 "하루 빨리 방송국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아이러니한 바람을 얘기했다.

"JYJ의 방송 활동이 자유로워지면 인터넷 방송국이 필요 없는 것이죠. 우리 모두 그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도 빨리 방송국이 없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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