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 홍종현 인터뷰<1>“마구잡이로 머리카락 잘려 반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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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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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컬한 민호수, 나와 반만 닮아"
● 4년 모델 경력, 연기에도 도움 되는 듯
● 반 2등 성적, 30등으로 추락 경험


KBS2 청소년 드라마 \'정글피쉬2\'에서 시니컬한 민호수 역을 맡아 열연 중인 모델 겸 배우 홍종현.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KBS2 청소년 드라마 \'정글피쉬2\'에서 시니컬한 민호수 역을 맡아 열연 중인 모델 겸 배우 홍종현.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호기심과 장난기로 가득한 눈빛, 우뚝하게 솟은 코, 오밀조밀한 입술….

KBS2 청소년 드라마 '정글피쉬2'에서 주인공 민호수를 연기하는 배우 홍종현(20)은 청년이라고 하기엔 앳된 소년 같은 인상이었다.

생긴 것만 앳된 것이 아니었다. 최근 기자와 만난 그는 딸기 스무디를 소리나게 쪽쪽 빨아먹고 썰렁한 농담에도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는가 하면 질문이 끝나고 답변할 차례가 되면 습관적으로 "저요?"라고 되묻는, 신인이라 천진난만하고 천진난만해 신인다운 배우였다.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민호수는 다르다. 그는 "어른들이 만든 정글의 법칙들, 우리 스스로가 만든 수많은 함정들, 난 바꾸고 싶었다"고 말하는 여자친구에게 "우린 그저 성적 걱정이나 하면서 적당히 따르면 돼. 네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라고 시니컬하게 대꾸한다.

▶ 민호수와의 싱크로율은 50% 쯤?

이 드라마의 1,2회가 방영되자 신인 홍종현의 안정된 연기를 칭찬하는 기사와 인터넷 댓글이 잇따랐다. '민호수가 홍종현에 빙의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겉으로는 차갑고 개인주의적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민호수를, 그는 힘주지 않고 침착하게 연기했다.

- 홍종현과 민호수의 싱크로율은 몇 %나?

"캐스팅 때 감독님도 그걸 가장 먼저 물으셨어요. 제가 기분 좋은 날은 하루 종일 붕붕 떠 있고, 안 좋은 날은 계속 가라앉아 있는데 기분 나쁠 때보면 민호수랑 많이 닮은 것 같아요. 그러니, 절반정도 닮은 셈이네요. 저도 시니컬한 구석이 좀 있는 편이었는데 일을 시작하고 나선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잘 모르는 사람들한텐 좀 차가워 보일 수 있게 대했는데 요즘은 '처음 만난 사람한테도 잘 해 놓으면 나쁠 건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해서요."

민호수는 명문 가화고를 자퇴하고 일반고 중에서도 비인기 학교인 풍림고에 진학한다. 이른바 '똥통'으로 분류되는 이 학교에서 그는 머리카락을 자르라는 선생님의 말에 '나는 머리가 길어야 공부가 잘 된다'고 따박따박 대들고 감히 '썩소'를 날리기도 한다.

시니컬하지만 가슴은 따뜻한 민호수를 홍종현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연기한다. 사진 제공 스카이룩엔터테인먼트.
시니컬하지만 가슴은 따뜻한 민호수를 홍종현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연기한다. 사진 제공 스카이룩엔터테인먼트.

호랑이 선생님마저 삐딱한 민호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은 '우등생 프리미엄' 때문이다. 내신 잘 받으려고 일반고로 전학 온 민호수는 반항은 할지언정 성적만큼은 최상위권으로 유지한다.

- 고교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요.
"문제를 전혀 안 일으키진 않았지만 큰 사고는 친 적 없어요. 선생님한테 대놓고 대든 적도 없고요. 아, 저도 민호수처럼 머리카락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있었네요. 선생님이 너무 길다고 마구잡이로 잘라 놓으셔서 살짝 반항했던 기억이…."

- 얼마 전 수학능력시험이 끝났는데 종현 씨는 수능 보고 나서 뭐했어요?
"그 당시 여자친구… 아, 그 때 그 친구를 사귀고 있었나? (한 참 생각해 본 뒤) 아, 아니다, 그냥 남자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놀았어요."

- 민호수처럼 공부는 잘 했나요.
"사실 그 문제로 선생님들한테 많이 혼났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반에서 2등까지 해봤는데 2학년 때부터 모델 학원 다닌다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성적이 30등 대로 뚝 떨어졌거든요. 아르바이트하다 지쳐 수업 시간엔 잠만 잤으니 공부를 잘 했을 리가 없죠."

- 부모님께서 모델 일을 반대하진 않으셨나요.
"아니요. 두 분 다 지금껏 제가 하는 일을 반대하신 적이 없어요. 집안 형편상 150만 원이 넘는 비싼 학원비를 직접 벌어야 했는데 모자라는 돈은 좀 보태주시기도 했어요."

'정글 피쉬2'에는 다양한 사연과 꿈을 가진 고등학생들이 등장한다. 왼쪽부터 안바우 역의 이준, 윤공지 역의 김보라, 이라이 역의 신소율, 민호수 역이 홍종현. 사진 제공 스카이룩엔터테인먼트.
'정글 피쉬2'에는 다양한 사연과 꿈을 가진 고등학생들이 등장한다. 왼쪽부터 안바우 역의 이준, 윤공지 역의 김보라, 이라이 역의 신소율, 민호수 역이 홍종현. 사진 제공 스카이룩엔터테인먼트.

▶ 모델 활동이 연기에도 도움

떨어지는 성적과 반비례해 모델로서의 인지도는 높아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프로 모델로 데뷔한 그는 최범석, 송지오, 장광효, 마크 제이콥스 등 국내외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무대에 올랐다. 패션지 화보 모델과 CF모델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 모델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뭔가요.
"중학교 3학년 때 사춘기를 거치면서 외모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옷도 많이 좋아하게 됐고요. 모델이란 직업을 알고 나서부터는 꼭 해보고 싶어졌어요. 키가 많이 커서 다행이었어요. 사실 키 크려고 노력도 많이 했거든요. 시간 맞춰 잘 자고, 우유도 많이 마시고…"

친인척들이 대체로 '아담사이즈'라 후천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됐다는 그는 현재 친가 외가 통틀어 자신이 가장 키가 크다고 자랑했다. 또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 프로필에 나온 키 182cm는 183cm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cm 더 컸다는 설명이었다. 인터뷰에 동행한 그의 스타일리스트는 "키에 좀 민감한 편"이라고 귀엽다는 듯 귀띔했다.

모델로는 벌써 4년차다. 홍종현은 모델 활동이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보를 찍든, 쇼 무대에 오르든 다 컨셉트라는 게 있거든요. 거기에 맞춰 표정이나 걸음걸이가 달라지니까 모델들도 연기를 하는 셈이죠. 나중에 아예 모델 역할을 맡게 되면 정말 자신 있는데…. 하하."

연기자로는 단편 영화 '헤이 톰'(2008년)으로 데뷔했다. 이후 '쌍화점'(2008년), '바다쪽으로, 한뼘 더'(2009년), '귀'(2010년) 등의 영화와 '맨땅에 헤딩'(2009년), '오 마이 레이디'(2010년)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조금씩 얼굴을 알려왔다.

홍종현은 "쌍화점에서 조인성 씨가 이끄는 꽃미남 호위무사대 중 한 명으로 출연했는데 어머니도 몰라보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만큼 주인공을 맡은 이번 드라마는 그가 안방극장의 팬들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 드라마 첫 주연작인데 기분이 어때요.
"방송 나가기 전이나 1,2회가 방송된 지금이나 걱정 반 기대 반이예요. 사실 제가 보기엔 아쉬운 부분들이 많은데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셔서 기분 좋기도 하고 나태해질까 걱정도 되요. 저는 준비가 안돼 있거나 자신이 없으면 불안해서 잘 못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제가 준비할 수 있는 것 최대한 준비하고 현장에서 비빌 곳은 감독님 밖에 없으니 모르는 건 적극적으로 여쭤보고 있어요."

▶ 2편에 계속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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