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아하, 이약!]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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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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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가 하는 방식 그대로 혈당조절… ‘제약 노벨상’ 주인공

자누비아는 인체의 혈당 조절 기능을 자연스럽게 회복시켜 체중 증가, 저혈당증 등의 부작용을 줄였다. 자누비아가 기존 약물과는 달리 음식물 섭취로 혈당이 높아질 때에만 작용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자누비아는 인체의 혈당 조절 기능을 자연스럽게 회복시켜 체중 증가, 저혈당증 등의 부작용을 줄였다. 자누비아가 기존 약물과는 달리 음식물 섭취로 혈당이 높아질 때에만 작용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에는 ‘극대 다뇨’라고 표현한 환자를 간호한 기록이 남아 있다. 로마 시대 문헌에는 당뇨병을 ‘뼈와 살이 녹아서 소변으로 나오는 질환’으로 묘사했다. 이처럼 당뇨병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힌 병이다. 치료제인 인슐린이 개발된 것은 100년도 되지 않는다. 1921년 캐나다 프레데릭 밴팅과 찰스 베스트는 개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오랫동안 불치병이던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이후 당뇨병 치료제가 봇물 터지듯 개발되면서 현재 수백 종의 당뇨병 치료제가 출시됐다.》
초기 치료제는 췌장을 직접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방식을 썼다. 그러나 혈당이 갑자기 떨어지는 저혈당증이나 체중 증가의 부작용이 있었다. 이런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1999년 미국 제약회사 머크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 인슐린 조절 호르몬을 활성화시켜

옌스 홀스트와 마이클 넉 박사는 ‘DPP-4’라는 효소가 인크레틴 호르몬 분비를 방해하는 것을 발견했다. 인크레틴 호르몬은 혈당이 높으면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혈당이 낮으면 포도당을 증가시켜 인체가 자연스럽게 혈당의 균형을 찾아가도록 한다.

‘DPP-4’ 효소를 억제하면 인크레틴 호르몬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DPP-4’ 억제제를 개발해 바로 1상 임상에 들어갔다. 2년 동안 50여명의 화학자와 생물학자들이 80만 개 이상의 화합물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현재 ‘자누비아’라고 불리는 시타글립틴을 만들어 2002년 1월 임상승인을 받았다.

자누비아 임상 개발 프로그램은 빠르게 진행됐다. 임상 연구가 시작된 지 4년 만인 2006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자누비아 판매 승인을 받았다. 자누비아는 2007년 제약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 갈리엥 어워드에서 ‘최고의 약상’을 수상했다. 인체 고유의 생리적인 방법으로 혈당을 조절해 당뇨병 치료에서 획기적 진전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자누비아 명칭은 로마신화에서 문을 지키는 수호신인 야누스(Janus)에서 따온 것. 모든 사물과 계절을 주관하는 신 야누스처럼 새로운 방식의 당뇨병 치료제임을 알리기 위해서다.

현재 전 세계 83개국에서 처방하고 있고, 국내에도 2008년 12월 출시돼 매년 170% 이상 성장하고 있다.



○ 저혈당증 체중증가 등 부작용 현저히 감소

당뇨병 환자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는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이다. 최근에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혈당 변화를 잘 반영하는 지표로 추가됐다. 자누비아는 세 가지 지표를 모두 효과적으로 조절한다.

자누비아는 인체의 혈당 조절 기능을 자연스럽게 회복시켜 부작용을 줄였다. 자누비아는 기존 약물들과는 달리 음식물 섭취로 혈당이 높아질 때에만 작용하므로 체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인슐린이 혈당 조절과 상관없이 항상 분비되면 살이 찐다. 또 자누비아는 혈당이 높을 때만 작용하므로 당연히 저혈당증도 나타나지 않는다.

자누비아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당뇨병 환자들에게서 혈당 강하 효과가 더 뛰어나다. 아시아 3개국 환자 대상 임상 연구에서 당화혈색소 감소율이 서양 환자군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누비아가 인슐린 분비의 원천인 베타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므로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슐린 분비 능력이 약하다고 알려진 동양인에게 강한 혈당 조절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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