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JYJ “바쁠 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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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14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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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JYJ\'의 유천(왼쪽) 재중(가운데) 준수. 사진제공 프레인.
그룹 \'JYJ\'의 유천(왼쪽) 재중(가운데) 준수. 사진제공 프레인.
2004년 '허그'로 데뷔해 연말 가요시상식에서 본상, 신인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일본행 비행기에 탔다. 한류스타가 아닌 J-pop 신인가수로 다시 출발했고 또 정상에 섰다. 그리고 2009년 정상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믹키' '영웅' '시아'라는 수식어를 떼고 유천 재중 준수로 섰다. 이번엔 아시아가 아닌 세계의 정상이 되려고 한다.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무효 가처분 신청을 받아낸 그룹 동방신기 3인이 'JYJ'라는 이름으로 12일 오후 6시와 9시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월드와이드앨범 '더 비기닝(The Begining)'의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쇼케이스는 서울을 시작으로 11월까지 6개국 9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더 비기닝'은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되는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14차례 수상한 래퍼이자 프로듀서 카니예 웨스트와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였던 로드니 저킨스가 음반 제작에 참여했다. 음반 제작 전 과정이 미국에서 이루어졌으며 곡 전체가 영어로 녹음됐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태훈 팝칼럼니스트는 "미국 시장에서 녹음을 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가수는 여러 명 있지만 모든 곡을 영어로 녹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닐까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쇼케이스에서는 앨범에 수록된 10곡 중 'Ayyy Girl' 'Empty' 'Be the one' 'Be my girl' 과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OST에 수록된 '찾았다' 등 총 다섯 곡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이들은 격렬한 댄스곡 'Empty' 'Be the one'을 연달아 부른 뒤 바로 미디움 템포의 'Be my girl'을 부르면서도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쇼케이스 시작 전 "세 명이서 동방신기 5인이 만들었던 완벽한 무대와 하모니를 재연할 수 있을까"라고 수군거리던 기자석도 조용해졌다.

▶'더 비기닝' 손에 쥔 소감은 한 마디로 "짱"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가 간략한 음반 소개를 마치자 JYJ가 재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저희들의 이름으로 무대에 서는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여러분과 지금 한 공연장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까지 멋진 음악 들려 드릴 테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준수)

"여러분들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오늘 여러분이 들으실 곡들은 생소할텐데 저희 목소리는 여러분께 익숙할테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준비한 노래를 실컷 즐겨주세요."(재중)

"반갑습니다. 6시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이라 그런지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저희도 여유가 좀 더 생겼고요. 오늘 즐거운 시간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고요. 오랜만에 보니 기분 좋네요. 앞으로도 이렇게 자주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유천)

세 사람의 인사말이 끝나자 사회자가 본격적으로 질문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음반 작업할 때 이 앨범이 나올 수 있을까 의구심도 가졌을 텐데 앨범을 손에 잡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사실은 앨범을 오늘 오후 5시 반 정도에 받아봤어요.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음악인데 소통의 매개체인 앨범이 앞으로 계속될 수 있을까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았습니다. 여러분들의 사랑에 힘입어 결실을 맺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만큼 여러분들께 보답하려고 더욱 더 좋은 음악 들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싶습니다."(준수)

-그 기분을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짱!"(준수)

준수의 너스레에 팬들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 다소 굳은 표정의 재중 유천도 활짝 웃었다.

-영상을 보니 미국 LA에서 음반 작업을 했던데, 한국이나 일본에서 작업한 것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말이 너무 생소하더라고요. 일본에서는 오래 활동해서 짜증날 때 '아 짜증나'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데 영어는 그 정도로 못하니까 답답한 면들이 많았어요."(재중)

사회자가 일본 팬들에게도 인사 한 마디 하라고 주문하자 팬들이 "하지마, 하지마"라고 소리쳤다.

"하지말라고요? 그럼 일본어 한 마디 한국어 한 마디 할게요. 우선 일본어부터, 민나 아리가또나, 한국어로는 다들 고맙다!"(재중)
"영어! 영어!"(팬들)
"에브리바디 생큐!"(재중)

-이번 앨범 작업하며 카니예 웨스트 등 대단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한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제가 미국에 살면서도 그 분들의 음악을 들었는데, 그런 분들과 작업을 한다고 하니 설렘이 컸고요. 게다가 저희가 녹음한 스튜디오가 얼마 전까지 마이클 잭슨이 실제 작업한 녹음실이었어요. 그것 자체로도 영광이었고 그런 분들과 작업할 수 있는 게 좋았습니다."(유천)

-멤버들이 작곡한 노래가 한 곡씩 음반에 들어있어요. 각자 자신의 곡을 설명해 주세요.

"제가 작곡한 'I love you'는 힙합에 가까운 곡이에요. 앨범의 균형을 맞추려면 어떤 곡을 써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비트 중심의 힙합이 아니라 동양의 느낌이 묻어나는 슬픈 힙합곡을 만들었습니다."(유천)

"'Still in love'는 색깔이 어두워요. 그냥 어둡고 그런 내용이에요. 보통 노래에는 기본 멜로디가 있고 코러스가 있잖아요. 이 곡은 특이하게 기본 멜로디가 하나가 아니에요. 잘 찾아보면 대여섯 개가 있어요. 약간 어지러운 곡이에요."(재중)

"제가 간단하게 추가하면, 재중이 형의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화된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 고급스러움이 돋보이는 인상 깊은 멜로디에요. 예전 음악이 와인이었다면 이번 곡은 양주에 가까워졌죠."(유천)

"저도 앨범의 밸런스를 중시했어요. 힙합 프로듀서들이 많이 참여하셔서 그런지 리드미컬한 곡들이 많이 수록됐는데 그 중 제 곡 'I can soar'는 가장 템포가 느린, 약간 R&B 느낌의곡이에요. 색깔로 따지면 하얀 색?"(준수)

-공연도 기대가 됩니다. 세계 최고의 안무가들이 참여한 걸로 알고 있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멤버들끼리 서로 답하라고 눈으로 신호만 보내고 있다. 사회자가 "대답은 재중 씨가 하시겠어요?"라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마이크를 잡은 재중 "네! 준수가 답하겠습니다"라며 떠밀었다.

"마이클 잭슨 재닛 잭슨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메인 댄서였던 분들과 작업을 했는데요.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노는 듯한 즐기는 분위기였어요. 처음에는 서먹한 감이 있었지만 마음이 잘 맞아서 열심히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준수)

재중(왼쪽) 유천(가운데) 준수가 타이틀곡 'Ayyy girl'을 부르는 모습. 카니예 웨스트가 직접 피처링했다. 연합뉴스.
재중(왼쪽) 유천(가운데) 준수가 타이틀곡 'Ayyy girl'을 부르는 모습. 카니예 웨스트가 직접 피처링했다. 연합뉴스.

▶"이번 앨범은 새로운 각오의 시작입니다…."

-이제부턴 팬분들이 보내주신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재중 씨, 올 여름 도쿄돔에서 JYJ 콘서트에서 눈물을 흘리셨는데, 그 이유를 말해주세요.

"아…. 뭐라고 해야 하죠. 콘서트를 오사카에서 2회 도쿄에서 2회 했는데요. 오사카 1회 첫 곡부터 울어버렸어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겠죠?"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준수가 "오만가지 생각이 뭔지 알려 달라"며 나섰다.

"말로 못하면 표정으로 나온다거나 웃음 눈물이 나오잖아요. 눈물이 났어요. 계속 그러다가 많은 분들이 울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힘들때 힘들다고 눈물 흘리는게 아니라 웃어야겠구나 라고 생각해서 마지막 공연까지 즐겁게 했는데, 마지막 순간을 못 참고 참았던 눈물이…."

-기쁨 감동 회한 중 어떤 눈물이었나요.

"사실은 과거도 아니고 앞으로도 아니고 현재가 너무 슬펐던 것 같아요. 여러분 앞에서 노래하고 멋진 모습 보여 드리는 게 우리의 당연한 일이라 어떤 일이 있어도 참고 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부분들이 감정으로 표출된 것 아닐까 싶어요."(재중)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짓궂은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에 앞서 답 할 순서를 정해달라는 사회자의 요구에 멤버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했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 중 눈여겨보고 있는 팀은 누구입니까. 이만하면 우리 뒤를 이을 만 하다고 여겨지는 팀이 있다면요?

세 사람 웃음보가 터졌다. 그리고 난감한 기색. 가위바위보로 정한 순서도 의미가 없어졌다. 재중 준수가 유천을 지목하며 답하라고 재촉. 팬들까지 함성을 지르자 최근 드라마에서 성균관 유생 역을 맡고 있는 유천이 "그만두시오"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최근에 시간이 없어서 TV 볼 시간이 없는데 준수 재중이 형한테 그룹 미스에이가 실력이 좋다고 들었어요. 음악은 들었는데 방송을 본 적은 없고요."(유천)

"요즘에는 아이돌 그룹들 모두 너무나 잘하셔서… 각자 개성에 맞게 음악도 멋지고… (팬들 야유) 진짜 진심이에요. 진심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으시면 어쩌죠?"(준수)

-다음 질문은 '오빠들, 저는 왜 남자친구가 안 생기는 걸까요'입니다.

"재중이 형이 사귀자고 안하니 안 생기는 거예요."(유천)

"재중이 형이 구제해주세요."(준수)

"아니… 그게… 안 생기는 이유는요. 직접 안 봐서 잘 모르겠는데요. 어떤 분인지 성격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팬들 야유) 알겠어요. 왜냐면 저희를 너무 좋아하셔서 그래요."(재중)

'닭살 멘트'가 나오고 나서야 팬들의 야유가 멈췄다.

-이제 준수 씨 차례네요. 최근의 나는 바로 이것에 중독됐다는 것이 있다면?

"중독까지는 아니고 매일 꼭 하는 게 있어요. 하루에 한 번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셔요. 한 시간이라도 꼭 그런 여유를 즐기려고 해요. 그 기분이 좋아요."(준수)

-공통 질문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광고 문구죠. 'OOO이 그냥 커피라면 OOO은 T.O.P야' 문장을 완성해 주세요.

TV를 잘 못 본다더니 유천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재중에게 설명을 듣고 나서야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먼저 답하겠다고 나서는 멤버가 없다. 준수가 "제가 먼저" 손을 들었다가 "아니에요"라며 발을 뺐다. 그러더니 갑자기 생각났는지 진짜 답을 내놓았다.

"그냥 팬들이 커피라면 너희들은 T.O.P야."

"솔직히 저요, 이런 답 생각했었는데요. 재수 없을까봐 안했어요. 아하하. 죄송합니다. 근데 막상 들어보니 재수 없지 않네요. 괜찮네요."(재중)

한참 고민하던 재중이 내놓은 답은 "박유천 네가 커피면 나는 T.O.P야."

재중의 답에 팬들은 유천에게 "복수해 복수해" 힌트를 주었지만 유천은 "오히려 이렇게 하는게 더 복수가 되는 것"이라며 "재중이 형이 커피면 김재중은 T.O.P야"라는 다소 심심한 답을 했다.

-앨범 타이틀이 '더 비기닝'입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시작을 해왔지만 이 음반을 통해 또 다른 시작을 하는 설렘과 각오가 있을 것 같아요.

"정말로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싶었어요. 여러분들과 함께 있고 싶었고요. 그동안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열심히 작업해왔지만 이번 앨범은 남다른 것 같아요. 굉장히 뜻깊고 많은 추억들과 생각 고민들이 들어 있는 앨범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앨범을 듣고 2집, 다른 앨범이 나왔을 때 이 사람들의 노래를 계속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잘하고 싶고요. 요즘은 바쁜 게 정말 즐겁습니다. 바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유천)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 일이 굉장히 많았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을 것 같고. 어려운 일도 많을 것 같고 노력한 만큼 웃을 일도 많을 것 같아요. 무대 위에 빨리 올라가고 싶어서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무대 위에 있는 게 일인데, 무대 아래 있으니 그게 많이 힘들었어요. 더 바빠지고 싶고 여러분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여러 가지 것을 준비해서 많이 사랑받고 싶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이번 앨범이 그 각오의 시작인 것 같아요. 많이 사랑해 주세요."(재중)

"그냥 저희는 여러분들이 주신 큰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항상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준수)

카메라에 클로즈업된 세 사람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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