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방송가 87년생 토끼띠 클럽이 뜬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30 11:24수정 2010-10-0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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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생 토끼띠 클럽’의 대표 주자는 이승기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승기, 장근석, 문근영, 이민호, 한효주, 주원, 최승현, 최시원의 공통점은? 안방극장에서 주연을 꿰차며 '잘 나가는' 스타들이라는 점, 또 하나 공교롭게도 1987년생으로 스물셋 동갑내기라는 사실이다.

동갑내기들이 주연급 스타군을 형성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송승헌, 차태현, 장혁, 권상우 등 1976년생들이 '용띠클럽'으로 불렸을 뿐 눈에 띄는 전례가 없다.

'87년생 토끼띠 클럽'의 대표 주자는 이승기다.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포함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오가며 쌓은 모범생 이미지로 지펠, KB금융그룹, 청정원 등 굵직한 광고를 싹쓸이했다.

이승기를 스타덤에 올린 SBS '찬란한 유산'의 진혁 PD는 "그때나 지금이나 성실하고 밝은 배우"라고 평가했다. 이승기의 효과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매달 광고 효과를 조사하는 한국CM전략연구소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부터 2년간 광고 모델 선호도 톱 1~2위로 꼽혔다. 한국CM전략연구소의 경원식 국장은 "이승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는 안성기와 고현정, 이영애 수준"이라며 "MC몽처럼 사회적인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롱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리는…’의 여자 주인공 문근영. 홍석구 PD는 “주변에서 주인공 위매리 역에는 문근영 만큼 어울리는 친구가 없다며 추천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만화가 원수연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KBS ‘매리는 외박 중’에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장근석.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역 배우 출신인 장근석과 문근영은 만화가 원수연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KBS '매리는 외박 중'에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두 사람 모두 성인 연기자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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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는…'의 홍석구 PD는 "장근석과 문근영처럼 연기력과 스타성을 갖춘 또래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극찬했다. 그는 "감수성과 외모가 배역에 딱 들어맞았고, 순정 만화의 그림체를 넘어서 보편성, 즉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민호는 SBS ‘시티헌터’에서 위험에 빠진 도시인들을 구하는 섹시한 영웅으로 변신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MBC '개인의 취향'을 통해 '꽃남' 이미지를 벗은 이민호. 그는 최근 SBS '시티헌터'의 주인공에 발탁돼 전직 CIA 요원으로 나올 예정이다.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인 이 드라마에서 그는 액션은 물론이고 사연이 많은 호색한을 연기해야 한다. 또래보다 다소 '늙어' 보이는 외모가 강점으로 꼽힌다. 좀 더 성숙한 배역까지 소화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진 PD는 "쉬운 역할은 아니지만 이민호의 의지가 대단해서 믿고 간다"고 말했다.
MBC 사극 ‘동이’의 타이틀 롤을 연기 중인 한효주. 동아일보 자료사진

MBC 사극 '동이'의 타이틀 롤을 연기 중인 한효주는 한 교육업체의 설문 조사에서 '가장 예의 바를 것 같은 연예인'에 선정될 정도로 반듯하고, 화려한 연예인보다는 '옆집 딸'처럼 친숙한 얼굴이 장점이다. 또래보다 안정적인 연기력도 PD들이 한효주를 신뢰하는 이유다.
KBS ‘제빵왕 김탁구’에서 탁구의 라이벌 마준 역의 주원. 동아일보 자료사진

KBS '제빵왕 김탁구'에서 시종일관 탁구를 괴롭히던 마준 역의 주원도 극 초반만 해도 키 185cm, 훤칠한 외모로 '제2의 강동원', '빅뱅의 탑을 닮은 연예인' 정도로만 주목 받았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안방에 당당히 주원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KBS ‘아이리스’와 영화 ‘포화 속으로’에서 강렬한 눈빛 연기를 보여준 최승현. 동아일보 자료사진

KBS '아이리스'와 영화 '포화 속으로'에서 강렬한 눈빛 연기를 보여준 최승현도 87년생 파워의 주역이다. '아이리스'에서 그의 눈여겨본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사장은 '포화속으로'에도 주인공으로 기용했다. 같은 제작사에서 준비 중인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는 '오마이레이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아이돌 출신 연기자 최시원이 출연한다.

87년생 토끼띠들이 잘 나가는 이유는 뭘까. 진혁 PD는 한동안 신인배우를 키우지 않고 검증된 스타에만 의존해온 방송 문화를 꼽았다. 그는 "신인들의 등용문인 단막극이나 공채가 없어지면서 어느 순간 연기자 공백이 일어났다. 주연급이 30대 후반에서 40대가 돼 버린 것"이라며 "몇 년 전부터 PD들 사이에 다소 위험 부담이 따르더라도 신인을 기용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 이들이 클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87년생 스타들 중에는 유독 남자가 많다. 한창 활동할 나이의 강동원 김남길 조인성 김래원 김재원 이동욱(1981년생), 이준기 현빈 주지훈(1982년생)이 군에 입대했거나 입대할 예정이어서 그 공백을 메우면서 부상한 것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최근 드라마의 주요 시청층이 20대 초반의 연하남을 선호하는 20대 후반~30대 여성들인 점을 지적하며 "방송사들이 이들의 구미에 맞는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젊은 남자 배우들이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더 나아가 최근 드라마의 경향이 중장년층 이상 드라마와 20대 배우 위주의 드라마 두 가지로 양분화되고 있다며 젊은 배우를 선호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제빵왕 김탁구'가 세대를 아우르는 드라마라고 해도 여기의 두 축은 중견 배우와 윤시윤, 주원 같은 이십대 초반 연기자"라고 설명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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