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구미호’ 이민호 “유정아, 8년 있다 프로포즈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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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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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정배 역을 맡았던 이민호가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는 "지금도 정배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며 활짝 웃었다.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정배 역을 맡았던 이민호가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는 "지금도 정배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며 활짝 웃었다.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저 초등학교 5학년인데요, 오빠 팬이에요."
"오빠 보고 싶어서 '구미호'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요즘 탤런트 이민호(17)의 미니홈피는 초등학교 여학생들로 북적인다. 아직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고등학교 2학년인 그를 '오빠'라고 부르며 "제발 일촌 신청을 받아달라"는 여학생들만 하루에 200~300명이다. KBS '구미호:여우누이뎐'(이하 구미호)에서 6살 연하의 연이(김유정 분)와의 러브라인 덕분일까. 아니면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외모 덕분일까. 그를 직접 만나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 "양치질 세 번, 가그린으로 키스신 준비"


이민호는 '구미호'에서 아기 구미호인 연이의 연인 정규도령 역을 맡았다. 그는 "드라마에서 멜로를 맡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데뷔하고 '제대로 된 멜로'를 연기하는 것은 처음인데 상대 배우인 김유정은 11살 '꼬마 숙녀'다.

\'정규도령\' 이민호. 사진제공 KBSi
\'정규도령\' 이민호. 사진제공 KBSi
- 나이 차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나이 차이는 저도 신경 쓰였죠. 그래도 주변에서 '성인되면 6살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니다. 딱 좋다'고 해주셨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은데 아무래도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의 연애이니 마음이 쓰이긴 했죠. 그런데 사실 가장 부담스러웠던 건 '초등학생과의 연애'가 아니라 키였어요. 제 키가 175cm인데 유정이가 140cm 정도 될 거에요. 키 차이가 그렇게 나니 우리가 연인이 아니라 오빠 동생으로 보일까봐 걱정됐죠."

두 사람의 키 차이가 문제된 것은 '구미호'가 사극이기 때문. 구두가 아닌 고무신을 신어야 하기 때문에 신발로 키 차이를 줄일 수도 없었다. 그나마 상반신만 나오는 장면에서는 김유정의 발 밑에 보조대를 놓고 촬영해 '연인 분위기'를 내고 있다고.

-연인보다는 동생 같을 때가 많을텐데, 감정 몰입은 잘 되요?
"신기하게 되요. 유정이도 처음에는 낯가렸는데 촬영하면서 금세 친해졌어요. 유정이가 오빠 오빠하면서 잘 따라주고 친하게 지내다보니 감정도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유정이가 우는 연기 할 때는 저도 슬프고, 유정이가 행복해하면 저도 웃음이 나요."

이민호는 "유정이가 촬영장에서 저한테만 유일하게 오빠라고 부른다. 다른 배우들에게는 삼촌, 아저씨라고 부른다"며 "그래서 기분이 묘하고 특별한 것을 얻은 느낌을 받는다"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연이와의 키스신이 화제였어요.
"초등학생과의 키스신이라 욕 많이 먹었어요. 하하하. 사람들한테 나쁜놈, 도둑놈, 늑대라는 말 많이 들었죠. 친구들까지도 나쁜놈이라고 놀렸어요. 좀 억울한 건 저한테는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첫 키스였어요. 그런데 유정이는 이미 '로드넘버원'에서 어린 수연이 역을 맡아 장우와 키스신을 찍은 적이 있더라고요."

- NG도 많이 났겠네요.
"생각보단 많이 나진 않았어요. 실제 촬영하기 전에 키스신 리허설을 했는데 입술보다 코가 먼저 닿았어요. 깜짝 놀라서 NG 냈죠. 그래서 키스신 경험이 있는 유정이에게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보니 유정이는 쑥스러워하고… 그 다음부터는 요령이 생겨서 잘 찍은 것 같아요."

그는 "촬영 전 유정이, 유정이 어머니와 함께 자장면을 먹었다. 유정이 어머니께서 양파를 주시면서 좀 먹으라고 하셨는데 거절했다"고 귀띔했다. 자장면을 먹은 뒤엔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양치질 세 번하고 가그린까지 했다고.



▶ "유정아, 스무 살 될 때까지 8년만 기다릴게."

-'구미호' 출연하면서 초등학생 팬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팬들이 많이 늘었어요. 누나보다는 동생 팬들이 많고요. 아무래도 '구미호'에 초등학생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가 저 뿐인 것 같아요. 하하하."

'구미호'의 주요 남자 출연진은 장현성(40) 윤희석(35) 등이다.

미니홈피에 '동생 팬'들이 남긴 글이 하루에도 수백개 올라왔더라고 전하자 이민호는 "요즘 팬들이 줄어들었다"고 울상이었다. 어른들 몰래 연이와 반딧불이 구경을 가는 등 알콩달콩 사귀는 모습을 보여줬던 정규도령이 연이가 구미호로 변한 모습에 충격을 받아 연이를 멀리했기 때문.

"연이를 멀리한 건 저한테도 충격이었으니 시청자들도 충격 받으셨을 거예요. 그래도 연이를 배신한 건 아닌데…. 제가 연이한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민폐정규'라는 별명까지 붙었더라고요. 앞으로는 연이 찾으러 열심히 돌아다니고 연이 죽인 사람들한테 복수도 하고 싶어요. 제 마음은 그런데 자꾸 극이 연이에게 민폐만 끼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민폐정규'라는 별명이 꽤나 억울했던 모양이다. "마음은 언제나 연이 편"이라고 강조하는 그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팬들은 실제 유정이와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묻던데요.
"사실은 얼마 전 유정이에게 '유정아 지금 유정이가 (한국 나이로) 12살이니까 오빠가 8년만 기다렸다 프로포즈할게' 그랬어요. 그랬더니 유정이도 알겠다며 '오빠도 나 잊지 말고 드라마 끝나고 연락하면서 지내다 프로포즈하면 그때 생각해보고 받아주겠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인터뷰 초반 '6살 연하'의 연인에게 맞추기 위해 아이처럼 행동하고 말하려 노력한다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됐다. 반면 인터뷰에 동행한 어머니는 "언제 그런 이야기까지 나눴느냐"며 깜짝 놀란 눈치였다. 그는 "이제는 유정이와 너무 친해져서 걱정"이라며 "극 중 연인이니 만나면 설레야 있어야 하는데 장난을 하도 많이 쳐서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규도령과 연이의 키스신. 이민호는 "키스신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입맞춤이었다"며 머쓱해했다. 사진제공 KBSi
정규도령과 연이의 키스신. 이민호는 "키스신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입맞춤이었다"며 머쓱해했다. 사진제공 KBSi


▶ "활동 계속하면서 '슬며시' 성인 연기자로 넘어가는 중"

-민호 군도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했으니 아역 배우들 보는 기분이 남다르겠어요.
"아무래도 유정이, 신애 보면 기특하죠. 나도 저 나이 때 연기하고 있었는데…. 그러면서 과거를 돌아보게도 되고요. 한 가지 걱정되는 건 둘 다 사춘기를 겪을 텐데 잘 버티면 좋겠어요."

서신애(12)는 연이의 간을 먹어야 지병을 치료할 수 있는 초옥 역을 맡았다. 김유정과 함께 극을 끌어가는 주인공이다.

-사춘기가 힘들었나봐요.
"연기를 계속해야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저는 4살때부터 연기학원에 다녔으니 제가 원해서 연기를 시작한게 아니잖아요.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앞으로 해야 할 게 많다는 생각 밖에 없어요. 어느 순간 훌륭한 배우가 돼야겠다는 신념이 생겼어요."

이민호는 1998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정배 역을 맡으며 연기자로 데뷔했다. 지금도 그의 이름보다는 '순풍 정배'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데뷔작인 '순풍 산부인과' 정배 이미지가 강해요. 때론 스트레스가 될 법도 한데요.
"정배로 큰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정배로 불려요. 그렇다고 귀엽고 어리버리했던 정배 이미지를 벗어내야겠다는 압박감을 받은 적은 없어요. 커가면서 얼굴이 바뀌고 키가 크면서 저절로 정배 이미지를 벗어내는 것 같아요."

-당시 미달이 역을 맡았던 김성은 양은 성장통을 호되게 겪었는데요.
"성은이 누나는 얄미운 미달이 역을 맡아서 사람들이 그렇게 봤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성장통이 있었겠지만 정배는 그냥 귀여웠으니까요. 하하하."

그 후로 이민호는 영화 '식객' '귀',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경숙이, 경숙아버지' '사랑과 야망' '장희빈' 등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연기 활동에 공백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일년에 한 두 작품씩 꾸준하게 했어요. 고민이 많았던 사춘기 때는 좀 덜했는데 그래도 일년에 한 작품은 한 것 같아요. 사춘기 때는 연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오디션 보면 붙고 그러니 연기를 계속 할 수밖에 없었죠. 그것도 연기자로 클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아요. 오디션 봐서 자꾸 떨어지면 내 길이 아닌가보다 했을 텐데 작품이 꾸준히 이어지니 작품하면서 연기가 내 길인가보다 싶고 욕심도 생겼어요."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쉽지 않죠. 그래도 학교에 되도록 많이 나가려고 했어요. 연기할 때는 연기자이고 학교에서는 학생이니까요. 부모님이 무리하지 말라고 하셔도 학교 행사에 꼭 참석하는 편이에요. 제가 축구를 좋아해요. 친구들과 축구를 자주 하다보니 친구들도 처음에는 제가 연예인이라 다가오기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냥 일반 친구같다고 해요."

이민호는 덕산중학교 시절 축구부 주장을 맡기도 했다. 2008 FC서울컵 주니어챔피언십에서 득점왕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지금도 틈만 나면 친구들을 불러내 축구를 즐긴다고.

-보통 아역 배우들은 성인 연기자 되기 전에 이미지 변신하기 위해 공백기를 가지잖아요.
"사실 지금 제 나이가 어정쩡해요. 아역도 성인도 아닌 중간 나이죠. 유학 갔다가 20살 넘어서 성인 연기자로 나오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았어요. 반대로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서 연기 변신하면 성인 연기자로도 자리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한 단계 한 단계 밟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공백을 갖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활동 계속 하면서 '슬며시' 성인 연기자가 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이제 곧 성인 연기자 신고식을 해야 할 때도 올 텐데요. 어떤 역을 해보고 싶나요?
"어떤 역이라기보다는 성인 연기자 티가 나는 역을 맡아보고 싶어요. 카리스마 있고 눈빛 연기를 할 수 있는…. 나쁜 남자라고 해야하나? '쟤한테 저런 모습도 있었나' 그런 말 들을 수 있는 역이면 좋겠어요."

그래서일까. 이민호는 사진기자와 상의 끝에 이날 사진의 콘셉트를 '남자'로 잡았다. 처음엔 마음대로 포즈를 취해보라는 사진 기자의 주문에 순진한 차렷 자세로 일관하더니 콘셉트를 '남자'로 잡자 정말 '애 티'를 벗고 남자처럼 보이려고 허공에 손을 뻗고 목선이 드러나도록 옷을 끌어내렸다. 이제 이민호는 성인 연기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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