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이 책]밝은 미래 꿈꾸는가? ‘선택의 기술’ 배워라

  • Array
  • 입력 2010년 7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쉬나의 선택 실험실/쉬나 아이엔가 지음·오혜경 옮김/472쪽·1만6800원·21/세기북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배달된 두 가지 신문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보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고 식사로 콩나물국에 밥을 먹을지, 아니면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먹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집을 나서면서 자가용을 탈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지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결정을 많이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그 하나하나의 선택이 내 삶의 질과 내용을 결정 또는 선점해 버린다는 데 있다. 주말에 산으로 갈까, 강으로 갈까 선택하게 되는데 그에 따라 주말의 삶은 달라진다. 산을 선택하면 등산복을 입고 산을 오르며 ‘야호’를 외치고 있게 될 것이며 강을 선택하면 강가에 텐트를 치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수면을 응시하고 있게 될 것이다.

부모님이 기저귀까지 갈아주며 모든 것을 결정해 주던 시기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현재의 한 사람의 상황은 그동안 선택한 과거로부터의 무수한 결정의 누적물이다.

이 책의 저자 쉬나 아이엔가는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을 선택의 매듭으로 정리하면서 선택의 심리학을 풀어나간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 온 가난한 인도인의 딸로 태어난다. 자라는 과정에 시력을 잃어 시각장애인이 되지만 지혜롭고 현명한 선택을 계속해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스탠퍼드대에 진학해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으며 선택의 언저리에 배회하는 인간심리의 본체를 규명하고자 애쓴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 재직하면서 18년 이상에 걸친 집중적 몰입으로 선택심리학의 기초를 닦는다. 이 책은 바로 그 집요한 탐구의 결실을 담은 그릇이다.

저자에 의하면 사람들의 목소리가 서로 다르듯 선택의 방식도 다르다. 선택의 개인차는 물론이고 선택의 문화 차이도 존재한다. 이런 것이 구매 행동, 친교 행동, 사회적 행동 모두에 차이를 유발하는 변수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 다른 선택의 심리가 사람 모두의 각자 독특한 삶의 궤적을 만들어 낸다고 그는 역설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심리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자신의 삶과 다양한 실험을 사례로 들며 인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선택하며 그 선택이 어떤 삶의 궤적을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심리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자신의 삶과 다양한 실험을 사례로 들며 인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선택하며 그 선택이 어떤 삶의 궤적을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 예를 들어 보자. 쉬나는 2000년과 2002년의 올림픽 우승자들의 수상 소감을 분석해 그들의 선택방식의 유형을 추출해냈는데 상당히 흥미롭다. 서양 국가 수상자들의 소감 중에는 자신이 강조된다. 예컨대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열심히 노력한 정당한 대가다” 등의 표현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동양 국가의 우승자들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강조된다. “코치, 감독 그리고 부모님께 감사한다”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 등이다. 이런 표현은 어떤 선택의 방식을 암시하는가. 서양인들은 자율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선택을 선호하는 반면 동양인들은 주변을 의식하고 타인지향적인 선택 방식을 선호하면서 살아왔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선택에는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현명하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려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이 기술에 대한 설명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쉬나는 선택에 작용하는 심리적 기제를 둘로 나눈다. 하나는 자동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숙고시스템이다. 사람은 타고난 선택 경향성이 있다. 그것이 자동시스템이다. 즉, 사람은 누구나 배가 고프면 최우선적으로 음식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배고픈 엄마는 아이를 생각해서 자신이 먹지 않고 음식을 싸들고 집에 간다. 이는 숙고시스템이 작용하는 경우다.

쉬나는 미셸 박사의 마시멜로 실험을 사례로 들면서 선택에 작용하는 자동시스템과 숙고시스템의 차이를 설명한다. 실험 당사자도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선택심리의 메커니즘을 예리하게 지적한 것이다. 쉬나는 시력장애인이었지만 시력이 튼튼했던 미셸 박사가 못 본 숨은 비밀을 분명하게 포착한 것이다.

이 책은 재미있는 사례가 가득한 실험보고서 같다. 줄잡아 100가지 이상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연이어 나온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선택심리학의 비밀을 한 꺼풀씩 풀어내는 사명을 가지고 말이다. 흥미를 지속시키는 묘한 선택의 유혹을 지니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런 재미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간 우리가 간과했던 선택을 에워싼 흥미로운 현상은 많이 제시되어 있으나 잡다하다면 잡다한 실험 사례를 일관된 방식으로 설명해 줄 원리나 이론을 분명히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그 원리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책을 필자 이상으로 정독하는 사람에게는 그 실루엣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 실루엣 찾기를 너무 일찍 포기하지 않는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일 수도 있겠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