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친구라며 문 열어달라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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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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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성폭력 예방교육
‘단호한 대응’ 요령 가르쳐

2일 서울 강서구 방화3동 삼정초등학교에서 보건교사인 김혜순 씨가 가면을 쓰고 이 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성폭행 예방 상황극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2일 서울 강서구 방화3동 삼정초등학교에서 보건교사인 김혜순 씨가 가면을 쓰고 이 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성폭행 예방 상황극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혼자 집에 있는데 택배 아저씨가 오면 어떻게 하나요?” “혼자 있을 때는 절대 문을 열어주면 안 돼요. 부모님이 계실 때 다시 오라고 해야죠.”

2일 서울 강서구 방화3동 삼정초등학교 1학년 1반 성폭력 예방교육 현장. 이 학교 김혜순 보건교사(44·여)는 학생들의 발표를 유도하면서 사례별로 올바른 성폭력 예방법을 설명했다. 동영상과 학습지, 인형 상황극 등을 활용한 설명에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이날 김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가면을 쓰고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극을 했다. 혼자 집에 있을 때 아버지 친구가 찾아와 중요한 서류를 가져가야 한다며 문을 열어달라는 상황을 연출하자 아이들은 “엄마한테 물어봐요”라고 말했다. 교사가 다른 답변을 계속 유도하자 조윤아 양(7)은 “지금은 아빠가 안 계시니 아빠랑 같이 오세요”라고 했다. 교사가 어떤 상황에서도 혼자 있을 때는 문을 열어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 “할아버지가 무거운 짐을 들고 골목길까지만 들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골목 앞까지만 도와줘요”라고 했다. 김 교사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아요. 이럴 땐 다른 어른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세요”라며 대응 요령을 가르쳐줬다.

최근 ‘김수철 사건’ 등 아동성폭력 사건이 잇따르면서 어린이 대상 조기 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199개 성폭력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3만3659명 중 유아(7세 미만)가 944명, 어린이(7세 이상∼13세 미만)가 4375명으로 유아와 어린이 피해자가 15.8%에 이르렀다. 아동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에 대한 인식이 없고 어른을 의심하지 않는 아동들의 인지 수준에 맞는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조윤예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 사무관은 “사례별 이해하기 쉬운 성교육 교재로 어릴 적부터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 교육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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