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김동윤 “숙종-동이와의 삼각관계? 저도 궁금해요"

  • Array
  • 입력 2010년 6월 28일 14시 54분


코멘트
김동윤은 자유롭게 포즈를 취해보라는 주문에 "배우라면 누구나 멋있게 보이고 싶죠"라며 '멋있는' 포즈를 보여줬다.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동윤은 자유롭게 포즈를 취해보라는 주문에 "배우라면 누구나 멋있게 보이고 싶죠"라며 '멋있는' 포즈를 보여줬다.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동이를 도성으로 보내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NG를 셀 수 없이 냈거든요. 밤샘촬영에 체력도 떨어지고 긴장도 되고…."

배우 김동윤(30)은 거리낌이 없었다. 17일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층 로비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장소인 21층 스튜디오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촬영장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주위 사람들이 그를 흘끗 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MBC 창사49주년 특별기획드라마 '동이'(이병훈 연출, 김이영 극본)에서 '양반의 고정관념을 깨는 양반' 심운택 역을 맡아서일까, 아니면 원래 성격이 심운택과 비슷해 캐스팅된 걸까. 궁금증은 차근차근 풀어가기로 했다.

동이와 심운택이 헤어지는 \'나루터신\'은 순간시청률 39%를 기록했다. \'동이\' 화면캡쳐.
동이와 심운택이 헤어지는 \'나루터신\'은 순간시청률 39%를 기록했다. \'동이\' 화면캡쳐.


▶ "심운택은 한 마디로 돈키호테"

'동이'에 합류한 소감부터 물었다.

"우리나라 최고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인데 숙종(지진희 분)-동이(한효주)와 삼각관계까지 그릴 수 있는 심운택 역을 맡다니 정말 영광이에요. 마침 반응도 좋아요. 제 미니홈피 하루 방문자 수가 100명도 안됐는데 '동이'에 출연하면서 2000명 넘게 들어와요. 하하하."

심운택은 장희빈(이소연)의 중전 책봉으로 2막이 오른 '동이'에 새롭게 투입돼 동이를 보좌하는 역할. 훗날 인현왕후 복귀운동과 장희빈 축출운동을 주도한 북헌 김춘택 선생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 숙빈 최씨(동이)의 아들인 영조가 숙종이 아닌 김춘택의 아들이라는 야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동윤은 "심운택은 한 마디로 돈키호테"라고 압축하며 "자신만의 시선을 가진 인물로서, 양반이지만 양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캐릭터" "천재인 것 같기도 하고 엉뚱한 면도 가지고 있어 극에 활기를 더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은 "숙종에 버금가는 '깨방정'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더한다" "재미와 진지함을 넘나드는 모습이 귀엽다"며 그의 등장을 반겼다. '심운택' '김동윤'은 본방송 내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고 '동이 심운택'은 포털사이트 인물캐릭터 검색 순위 2위에 랭크됐다.

"제가 아니라 심운택이 인기죠. 긴장도 많이 했고 부담도 됐는데 다행이에요."
시청자들의 호평에 쑥스러워하던 그는 "심운택이 등장하자마자 '동이'가 처음으로 시청률 30%를 넘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다가도 "심운택은 정말 중요한 역할"이라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가수 고호경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뮤직비디오로 데뷔해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 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 영화 '울어도 좋습니까' '좋은 밤 되세요' '그날'에서 연기 경험을 쌓았지만 "사극은 처음인데다가 중간에 투입되는 캐릭터다보니 긴장된다"는 것.

촬영장에서는 "배운다는 자세로 그저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말 타는 장면도 딱 15분 배우고 바로 촬영했다.

"감독님께서 못하겠으면 그 장면은 빼면 되니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전 이제 출연하기 시작했잖아요. 한 번이라도 더 나오고 싶은 욕심에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제가 힘이 좀 세거든요. '나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주문 외우면서 말에서 안 떨어지려고 꽉 잡고 달렸죠."




▶ NG 40~50번 끝에 완성된 '순간시청률 39%'

의주에서 귀양살이 중인 심운택은 장희재(김유석)의 수하에게 칼을 맞아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의주까지 흘러 들어온 동이를 우연히 만난다. 이후 장희재가 세자고명을 받기 위해 청국인과 국경지대 기밀이 담긴 문서 '등록유초'를 거래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 동이와 힘을 합쳐 등록유초를 빼내고 동이를 도성으로 돌려보낸다.

24~26회에 출연한 심운택의 역할은 일단 여기까지다. 그는 나루터에서 동이를 도성으로 보내는 일명 '나루터신'을 마지막으로 동이에서 일단 하차했다. 귀양살이하는 신세인 만큼 의주를 떠날 수 없기 때문. 동이가 입궐해 장희재의 음모를 밝히고 귀양을 풀어줘야만 다시 등장할 수 있다.

'나루터신'은 순간시청률 39%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 김동윤은 작가에게 공을 돌렸다.

"결코 채널을 돌릴 수 없는 장면이었어요. 등록유초를 빼내서 동이를 도성으로 보내니 드라마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고요. 어떻게 그런 극본을 쓰셨는지 작가님 정말 대단하세요."

그러나 촬영은 힘들었다고. 1분 분량의 장면을 촬영하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는 "얼추 40, 50번 NG를 낸 것 같다"며 "데뷔 후 처음으로 대사가 한 글자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어서 찍을 낮 신은 남아있는데 해는 저물어가고 효주 씨도, 스태프들도 화도 내지 않으니 죽을 맛이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같다"고 했다. 연이은 밤샘촬영으로 체력도 한계에 도달했었다고. 덕분에 교훈도 얻었다. "끼니 거르고 밤샘촬영하면서도 호흡과 내공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힘이 있어야 주인공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심운택은 언제쯤 동이와 만날까.

"동이가 언제 기별을 할지, 기별을 하긴 할 건지도 정해지지 않았어요. 거의 생방송처럼 촬영하고 있어서 앞으로 전개는 아무도 몰라요. 그저 심운택이 들어가야 할 때를 대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죠. 부족한 연기를 보였으니 다음 촬영에선 '이 녀석 연습 많이했네' 그런 말은 들으려고요. 다시 나올 때는 귀향살이 하는 양반이 아니라 궁에 들어가 장희빈과 장희재, 동이와 심운택의 맞대결 구도가 나올 것 같으니 역사 공부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촬영 전날까지도 번복된 캐스팅…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사실 김동윤은 촬영 당일 심운택 역으로 확정됐다. 일부 언론은 동이 제작진이 심운택 역을 캐스팅하기 위해 촬영 전날까지 오디션을 할 만큼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동윤은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라고 인정했다.

김동윤은 1월 초 '동이' 출연진 오디션에 참가했다. 1차를 거쳐 10명이 선발됐고, 각각 이병훈 감독과 대본 리딩 및 면접을 했다. 김동윤은 "이들 중 제가 가장 평가가 좋았다고 들어서 '이산' '허준' '대장금' 같은 이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면서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떤 역을 맡게 될지 몰라 모든 역할을 공부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가도 연락은 없고 '동이'는 시작했고…. 내가 출연할 일은 없겠구나 하고 포기하고 있었죠. 그런데 20회가 지나 2막이 시작되며 새로운 인물들이 투입된다는 얘기가 들려서 다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뒤 제작진에게서 연락이 왔고 이 감독을 다시 만나 대본 리딩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촬영 전날 다시 연락이 왔다. 캐스팅 확정이 아닌 대본 리딩하는 현장에 와보라는 것이었다.

"이 감독님께서 절 옆자리에 앉히시고는 '동이' 출연진들에게 '심운택 역으로 이 친구가 그동안 봤던 친구들보다 그나마 괜찮은 것 같아 대본 리딩이나 시켜보려고 데려왔다'고 하셨어요. 순간 땀이 줄줄 흘렀죠. 캐릭터 분석도 제대로 하지 못 했는데 쪽대본 들고 리딩하려니…. 연습이 끝났는데 감독님께서 눈을 감으시고는 한참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시더니 '수고하셨습니다' 그러셨어요. 인사하고 저는 나왔죠."

그는 "그날 밤은 길었다"며 "'대선배님들과 대본 리딩을 해본 것으로 만족하고 기대하지 말자'고 제 자신을 달랬지만 만약 불러주시면 목숨 걸고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은 하고 있었다"고. 이튿날 아침 "촬영해야하니 세트장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밤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사극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배님도 최종 후보에 올라있었고 동갑내기 연기자도 거론됐다고 들었어요. 어떤 연기자라도 심운택은 탐나는 역할이었을 거예요."

그는 "후보였던 분들이 연락하신다면 밥 한 끼는 대접할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혹시 처음부터 마음에 둔 캐릭터가 있었냐고 묻자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차천수(배수빈)'라고 말했다. "한 여자를 사랑하며 가슴 아픈 속앓이 하는 게 너무 멋있잖아요. 게다가 싸움도 잘하고…. 제가 유독 멜로에 연이 없어서 차천수가 아니라면 차천수의 오른팔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하하하."

▶ JYP엔터테인먼트 출신 '1호 연기자'

김동윤은 데뷔 초 그룹 '원더걸스'의 '아이러니'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그는 "JYP에 소속되어 있을 때 피로회복제를 출연료로 받고 출연한 것"이라며 웃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JYP에도 연기자들이 소속되어 있어요. 제가 JYP 1호 연기자이고 '주몽'에 출연했던 임소영 씨도 있어요. 그룹 '2PM' 찬성이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출연할 때 연기 연습 상대도 제가 해줬고요."

물론 JYP에서 가수 제안도 받았다.

"박진영 사장님께서 제 외모가 가수와 잘 어울린다며 노래 한 번 불러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노래했더니 바로 '연기 파이팅!' 하시면서 '연기자는 연기를 잘 해야해'라고 하셨죠. 하하하. 그렇다고 심각한 음치는 아니에요. 마음먹고 트레이닝 받으면 고쳐질 수 있는 수준? 하하하."

김동윤은 닉쿤, 택연 등 JYP 소속 연예인들과 연습했던 때를 회상하다 배우 한가인과의 인연도 털어놨다.

"가인이와는 한때 같은 소속사에 있으며 친해졌어요. 지금도 가끔 만나서 밥 먹고 통화하곤 해요. 가인이 결혼식 사진 보셨어요? 신부 측 친구들을 보면 제가 유일한 남자에요. 가인이가 저한테 부케 받으라고 할 정도에요."

그는 한가인과 "힘들었던 시절 의지하고 친오빠 친동생처럼 지내는 사이"라고 말하며 연기자로서 한가인을 "드라마에 출연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천재"라고 설명했다. 인형 같은 외모와 달리 실제 성격은 털털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는 절대 하지 못하는 천사표라고.

'여자복' 많아 보이는 그에게 함께 작업하고 싶은 여배우를 물었다.

"전 그런 욕심은 없어요. 지금까지 가장 편하게 연기한 상대 배우는 '두근두근 체인지'의 조정린 씨에요. 정린 씨도 저도 신인 연기자였거든요. 정린 씨는 가식도 없고 귀엽고 착하고,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어요. 그런 배우면 좋을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서로의 느낌을 얘기할 수 있는 배우면 좋겠어요."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