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관광, 현대아산 사정 때문에 서둘 일 아니다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현대아산이 금강산 및 개성관광을 다음 달에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최근 통일부 당국자를 만나 회사 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금강산 및 개성관광 중단으로 적자가 누적된 현대아산으로서는 경영상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관광을 재개하고 싶겠지만 개별 기업 측면에서만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으로 관광객의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우리 정부는 금강산관광 금지조치를 내렸다. 개성관광은 작년 12월 북측의 일방적 선언으로 중단됐다.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박 씨 피격 사망사건에 대해 사과하거나 진상 규명에 협조하지 않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달 중순 북한 체류 일정을 다섯 차례나 연기하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뒤 금강산관광 재개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정부 공식 대표도 아닌 민간기업 총수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부 조치를 사전조율도 없이 바꾸는 식으로 발표한 것은 월권(越權)이다. 관광 중단 이후 ‘돈줄’이 끊기면서 어려움에 처했던 북측은 발표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는 현 회장의 청원을 모두 들어주시었다”면서 시혜라도 베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은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확실히 막을 수 있는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현 회장은 박 씨 피격 사망사건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앞으로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말은 어디까지나 금강산관광 재개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현 회장을 통해 나온 이야기일 뿐 북한 매체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북의 당국자가 우리 정부에 이 같은 재발방지 약속을 공식적으로 통보한 일도 없다. 민간 사업자인 현 회장의 전언을 북의 공식적인 재발방지 약속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그 동기의 순수성과 북 개방 효과를 인정하더라도 많은 무리를 낳았고 그늘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북이 올해 들어 2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군사적 긴장의 수위를 높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사정도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북한 관광 재개는 남북 당국 간 접촉에서 북핵 문제 진전과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이 확실히 이뤄진 뒤 정부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다. 금강산과 개성관광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도 정부는 확고히 원칙을 지키면서 이 문제에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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