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지현]찬밥 한 공기로 환경 지키는 법 아시나요?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평소 식구 중 남자가 셋이다 보니 빨랫감이 많은 게 고민이었던 서민구 군(17·세화고 2년)은 대안으로 ‘무공해 순두부세제’를 발명해냈다. 폐식용유에 가성소다와 식은 밥 한 공기를 넣고 끓인 뒤 햇빛에 두고 물을 부으면 완성된다. 매일 ‘양치질할 때 컵 사용하기’ ‘가스레인지 불꽃 한 단계 낮추기’ 등 실천 사항을 적은 뒤 ‘잘함’과 ‘보통’ ‘못함’으로 나눠 평가하는 ‘기후행동달력’도 서 군의 에너지 절약 습관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됐다.

주부 손진주 씨(24)는 낮엔 전력 소모로 인한 열기를 줄이기 위해 TV는 끄고 아이와 함께 책이나 신문을 읽는 노하우로 올여름 더위를 났다. 아침마다 페트병에 물을 담아 옥상에 올려놓는 것도 한 비법이다. 오후 내내 태양열에 따끈하게 데워진 물을 저녁 식사 준비와 아이 목욕에 쓴 덕에 수도료와 전기료를 모두 아낄 수 있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겨울에 보일러 가동 횟수를 줄이기 위해 실내화를 꼭 신고 자주 먹는 반찬들은 쟁반 하나에 담아 넣어 두면 냉장고 문을 여는 일이 확 줄어든다고 추천했다.

서울시가 27일 소개한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인 ‘그린 아이디어’들이다. 지난해 4월 발족한 ‘서울기후행동(CAP)’ 시민 회원들이 1년여 동안 활동하면서 스스로 바꿔 나간 생활양식상의 변화를 평가해 작성했다. 반짝이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많지만 우수작품으로 뽑힌 56개 수상작 모두 ‘선풍기 풍속 한 단계 낮추기’ ‘멀티 어댑터 사용하기’ ‘안 쓰는 전기제품 플러그 뽑기’ 등 아주 기본적인 수칙부터 철저히 지킨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실 요즘 어딜 가나 듣게 되는 ‘에코 프로젝트’는 꼭 정부나 대기업만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단순히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실제로 ‘실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계속 더워지는 지구에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실천이다. 꼭 거창하고 돈을 많이 들여야만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생활습관을 고치거나 잔반을 줄이는 등 사소한 것부터 신경을 쓰면 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러나오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로도 충분히 생활 속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참고로 서울 시민이 직접 작성해서 올린 실천 수기 263건은 인터넷(cap.seoul.g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지현 사회부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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