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심 끄는 실험’ 성남·하남의 자발적 통합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이대엽 경기 성남시장과 김황식 경기 하남시장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성남시와 하남시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 통합은 전국적으로 30여 개 시군에서 추진 중이거나 거론되고 있으나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두 도시가 처음이다. 앞으로 주민투표 등 주민의견 수렴과 행정안전부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통합이 성사될 경우 두 도시는 경기도 내의 최대 자치단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두 도시의 총인구는 110만 명, 지역 내 총생산은 연간 12조 원에 이른다.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역 이념 계층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선진화 방안으로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자발적으로 통합하는 지역부터 획기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도 “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5월까지 지방행정 개편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가 지자체 통합에 강력한 의지를 보일 때 성남시와 하남시처럼 남보다 앞서 통합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중앙정부의 지원금과 정부사업 우선 선정 같은 제도적 정책적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와 하남시가 광역시급으로 통합되면 자체적으로 도시 계획권을 가져 행정절차가 간소화되고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도세(道稅)를 내지 않아도 돼 재정자립도가 향상되는 효과도 있다. 선거비용과 공무원 인건비가 상당 부분 줄어들어 감소분을 주민 복지에 쓸 수도 있다. 성남의 풍부한 재원과 하남의 자연자원이 합쳐져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지자체 통합은 전국적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럴 경우 추진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수도 있다. 성남과 하남의 자발적 통합을 향후 다른 지자체 통합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명실상부한 시범 사례로 만들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통합됐는데도 대민(對民)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공무원 수와 인건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통합이 주민의견 수렴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도시는 지자체 통합의 원칙과 기준을 전체 주민의 편익 향상과 국익 증대에 놓고, 비용과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추진함으로써 행정조직 개편의 모델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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