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유망주 빼가는 J리그, 뒷짐 진 K리그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아니 프로축구연맹은 도대체 뭐 하는 조직입니까.”

홍명보 청소년(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의 목소리는 격앙됐다. 현재 청소년 대표팀 22명 중 4명이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소속인데 앞으로 6∼10명이 더 J리그로 떠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J리그는 한국 선수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유럽형 축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데다 연봉은 한국에 비해 높다. 국내에서 뛰느니 일본에 진출하려는 선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프로연맹은 “어차피 좋은 시장이 있으면 가는 것이고 그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큰 문제없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의 좋은 인재를 다 뺏기고 있는데도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홍 감독은 “한심해서 보고 있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K리그는 ‘하향 평준화’를 꾀하고 있는 조직이다. 투자를 많이 하는 구단이 좋은 성적이 나오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축구의 경우 선수 선발에 있어 자유계약제가 대세인데 성적 역순으로 선수를 뽑는 드래프트제를 도입하고 있다. 아무리 돈이 많은 구단이라도 좋은 신인 선수를 뽑을 수 없다. 유망주들이 일본으로 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프로에 가고 싶은데 현행 드래프트제에서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받을지 모르니 차라리 일본으로 가서 뛰겠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K리그에는 25명 예비 엔트리제도가 생겼다. 다음 달 뛸 선수 25명을 미리 통보해서 그 밖의 선수는 뛰지 못하게 한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제도다. 선수 많고 잘나가는 구단을 견제하겠다는 하향평준화를 위한 제도 중 하나다.

한국보다 조건이 좋은 일본에 선수를 뺏길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좋은 선수를 잡으려는 노력은 해야 K리그가 살 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 받는 이유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뛰기 때문이다. 국내의 좋은 선수들이 일본으로 가는데도 K리그는 손을 놓고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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