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보 님비’로 知事해임되면 누가 국책사업 맡겠나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제주도에서는 26일 실시되는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앞두고 찬반(贊反)운동이 한창이다. 주민투표를 통해 김 지사를 해임하려면 유권자 3분의 1 이상의 투표율과 유효투표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설사 이번 투표를 통해 김 지사가 해임되더라도 해군기지 건설까지 중단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지사가 국책사업에 협조했다가 소환투표를 통해 해임당하는 결과가 나오면 어떤 지방자치단체가 님비(기피시설 반대)형 국책사업을 떠맡으려고 할 것인가. 12월 착공 예정인 제주해군기지 공사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제주지사 소환운동은 주민소환제도의 불합리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주민소환법에 소환대상 행위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의 모든 행위가 대상이 될 수 있다. 명백한 권한 남용이나 부적절한 정책 결정에 국한하지 않고 정당한 권한행사조차 얼마든지 시비를 걸 수 있게 돼 있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김 지사가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추진했고, 국방부 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와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국책사업이다.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데도 유권자 10% 이상의 서명을 받아 발목을 잡는 일이 가능하면 국책사업의 안정적 추진이 어렵다.

2007년 광역화장장을 유치하려 했던 김황식 경기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투표율 미달(31.1%)로 소환은 불발에 그쳤다. 제주지사 소환투표를 계기로 주민소환법 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소환투표 운동은 내년 지방선거의 전초전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관광미항 기능을 가진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공약했다. 또 지난달 1일에는 “국책사업을 집행하는 지사를 주민들이 소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소환투표일 공고 이후에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제주지사 소환투표 운동 과정에서 지방선거 사전 운동을 하거나 투표 당일 주민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것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을 펴야 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는 국가안보와 해상 수송로 확보에 직결되는 국가의 전략적 사업이므로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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