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영균]쌍용차가 사는 길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작년 6월 LG전자 창원 공장 노조 대표들은 중국 톈진으로 견학을 갔다. 그곳에 있는 LG전자 공장의 생산라인을 찾아가 한 수 배우려는 목적이었다. 기술이라면 한국이 한발 앞서 있다. 그런데도 중국행을 선택한 이유는 중국 공장에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아 오기 위해서다.

톈진 공장에서 에어컨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처음엔 창원 공장보다 생산 물량이 적었으나 이젠 창원보다 많다. 창원 공장이 연 400만 대를 생산하는 데 비해 중국 톈진 공장은 60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중국 공장 배우러 간 LG전자 노조

경영진은 중국에 다녀온 노조 대표들에게 “고용 안정을 위해 2년 동안 생산성을 3배 높여 보자”고 제안했다. 중국 공장을 보고 깨달은 바가 있는 노조는 두말없이 받아들였다. 생산성이 향상됐다. 작년 말부터 환율도 유리하게 움직였다. 중국에서 생산하던 물량이 조금이나마 창원 공장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창원 공장의 경쟁 상대는 중국 공장이다. 한 회사지만 각 공장은 서로 경쟁한다. 생산성과 환율 등 가격 경쟁력을 따져 유리한 곳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생산 물량을 줄이면 그만큼 다른 공장에 일자리를 빼앗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각 공장의 생산 물량은 민감한 문제라 가능한 한 대외비로 한다”고 밝혔다.

다국적 기업을 비롯한 대기업은 세계 곳곳에 공장을 두고 각 공장의 생산 물량을 조절한다. 임금 생산성 환율 등을 감안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곳을 생산 공장으로 정하는 것이다. 공장이 한 군데만 있는 기업보다 세계 여러 곳에서 생산하는 기업이 경쟁에 강하다. 일본에서는 국내와 해외 양쪽에 공장을 두고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전략이 상식이 됐다.

자동차 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 월가발(發) 경제위기로 세계 자동차 수요가 급감해 지역이나 국적을 가리지 않고 회사 간, 공장 간 경쟁이 치열하다. LG전자 공장처럼 생산물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세계 여러 곳에 공장을 갖고 있는 기업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2004년만 해도 파산위기에 몰렸던 피아트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쳐 살아난 뒤 파산 직전의 GM오펠과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정관리 도중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해 공장을 완전 봉쇄하고 파업 중인 쌍용차는 약육강식의 자동차 시장에서 불행하게도 약자다. 노조가 힘이 없어서가 아니다. 생산성이 낮은 탓이다. 종업원 1인당 자동차 생산대수를 비교해보면 현대 기아 르노삼성 등이 모두 30대 이상인 데 비해 쌍용은 17대 수준에 그친다. 세계 1위인 도요타는 무려 65대나 된다. 이렇게 생산성이 떨어져서야 경쟁할 수가 없다. 최소한 국내 평균 이상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살아날 수 있다.

도요타의 4분의1 수준 생산성

쌍용차는 해외 공장도 없다. 국내외 공장 간에 경쟁도 없으니 생산성도 낮다. 현대차의 경우 임금이나 환율이 유리한 곳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데 쌍용차는 그게 안 된다. 경영진이 전 직원의 37%인 2646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지만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쌍용차가 살아나려면 생산직 근로자 경영진 엔지니어가 함께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노조는 정부에 공적자금을 넣고 대주주가 되어 구조조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정부가 주인이 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쌍용차의 경쟁 대상은 미국에도 있고 유럽에도 있다. 중국 회사와 경쟁할 수도 있다. 해외의 경쟁 상대보다 효율을 높이려면 도요타 공장이든 LG전자 공장이든 찾아가 배워야 한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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