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루이스 크루즈]한국은 아세안의 특별한 파트너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올해는 한국과 필리핀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해다. 두 나라는 3월 3일로 외교관계 수립 60주년을 맞았다. 필리핀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다섯 번째로 인정한 국가이며 6·25전쟁 발발 당시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지상 전투부대를 보낸 세 번째 국가이다. 전쟁에 참여한 장병에는 2명의 주한 필리핀 대사뿐만 아니라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이 포함된다. 필리핀 군대가 부산에 처음 도착한 9월 19일이 되면 우리는 경기 고양시의 필리핀 기념비에서 전우의 희생을 기념한다.

6·25전쟁이 필리핀 통화(화폐)에 새겨져 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 돈으로 1만2000원에 해당하는 500페소짜리 지폐 뒷면에는 필리핀 영웅인 베니그노 아키노 주니어가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의 배경에 ‘38선을 지나가는 첫 번째 기병대의 칼(First Cavalry Knifes Through 38th Parallel)’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그가 종군기자로 활약할 때 쓴 기사의 한 문장이다.

60년 전 우리 선조들이 염원했던 양국의 지속적인 관계는 오늘날 모든 분야의 적극적 협력관계를 통해 성공적으로 구축됐다. 인적 교류는 관계를 활성화하는 데 언제나 좋은 방법이다. 한국은 최근 3년간 필리핀을 가장 많이 찾은 나라이다. 작년 한 해 동안 6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필리핀을 관광했다. 또 외국인 은퇴자와 유학생 중 한국인이 가장 많다. 필리핀의 좋은 교육 시설과 외국어 집중 훈련의 기회 그리고 저렴한 생활비 때문에 한국 학생은 필리핀 정부의 영어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낀다.

냉전시대와 60년 전 선조들이 살았던 시절과 비교하여 아시아 경제는 크게 변했지만 해결할 부분 또한 많이 있다. 예를 들어 핵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역안보에 위협이 됐다. 환경보전, 이주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뿐만 아니라 테러 질병 불법약품과 같은 위협요소에 대한 협력 증대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문제에 혼자 대처할 필요가 없다. 지역적 통합은 이런 도전을 극복하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1967년 8월 8일 설립됐을 때 처음에 참여한 다섯 국가는 경제 성장, 사회문화 발전, 그리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함께 추구하기로 약속했다. 필리핀은 아세안 설립 멤버의 하나였다. 지금 아세안은 10개 국가가 참여하는 5억7000만 인구의 연합체로 발전했다. 한국은 1989년 무역 투자 관광에 초점을 맞춘 첫 번째 지역 대화 파트너가 됐다. 이후 한국은 두 가지 펀드를 통해 개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하나는 경제 프로그램과 생산능력 증대에 초점을 맞춘 한-아세안협력펀드이며 다른 하나는 청소년 개발, 미디어, 여권 신장 그리고 환경에 집중된 미래협력 프로젝트펀드이다.

한국과 아세안은 2004년 ‘한-아세안 포괄적 협력 관계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또 아세안+3(한중일) 회의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 그리고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같이 활동한다. 오늘날 많은 아세안 사람은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을 응시한다. 일부 프로그램은 역사물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초월한 스토리를 통해 지역적 차이를 뛰어넘고 부정할 수 없는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아세안은 한국을 특별한 대화 파트너로서 그리고 개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아세안의 노력에 대한 최고의 공헌자로 인정한다. 한국과 아세안 공통의 지역 정체성과 관련해 아직 풀지 못한 문제는 다음 달 1일 만나는 한국과 아세안 정상들이 더욱 견고한 파트너십이라는 비전을 갖고 준비할 것이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루이스 크루즈 주한 필리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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