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작은 경고음 속에 숨은 큰 위험 찾아라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조직내 편견 정보왜곡 우려
경영자는 다양한 시각으로 고객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1. 세계적인 거물 투자자 워런 버핏은 이미 2002년 “파생상품은 금융계의 대량살상무기”라고 경고했다.

#2. 2007년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ABN암로 이사회는 은행업계의 어려움을 예상하고 사업을 매각했다. 금융위기 이전에 이뤄진 매각은 주주들에게 1000억 달러 가까운 돈을 벌어줬다. 반면 ABN암로를 인수한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은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불황기에는 통찰력의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 통찰력을 가진 소수 기업은 오히려 불황기에 더 번창하지만 대다수의 보통 기업은 갑자기 닥쳐온 불행을 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세계적 경영학술지인 MIT 슬론매니지먼트 리뷰 최신호는 통찰력의 비결, 즉 위기와 기회를 미리 알아차리고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론을 소개했다. 논문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4호(6월 1일자)에 실린다.

○오판은 편견에서 나온다

연구를 진행한 폴 슈메이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위기에 직면하는 이유는 의사결정자가 위험신호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위험신호를 감지했는데도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위기의 작은 경고음을 미리 알아차리고 분석해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 기업의 20%에 불과하다.

경영자의 잘못된 결정은 여러 가지 편견에서 나온다. 많은 사람이 복잡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자신에게 익숙한 정보만을 받아들이거나(정보 여과),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정보를 왜곡해 인식하거나(왜곡 유추), 자신의 관점을 뒷받침해줄 일방적 근거만을 찾아(보강) 나선다.

조직 내부의 정보 단절과 집단적 판단도 올바른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9·11테러 5개월 전에 150건의 첩보 보고서를 받았다. 이 중 무려 52건이 오사마 빈라덴과 알 카에다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들을 취합하고 타당성을 검토할 수단은 없었다.

○위험 파악과 대응의 3단계

슈메이커 교수는 “하나의 사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통합해야 제대로 상황을 인식하고, 올바른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기업과 경영자들이 다음의 3가지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① 미세한 위험신호를 찾아내라

위험 파악과 대응의 첫 단계는 위험신호들을 작은 것까지 잡아내는 일이다. 기업은 이를 위해 사내 정보를 공유하거나, 협력회사와 고객, 학계 등의 외부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② 중요한 신호를 증폭하라

두 번째는 정보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그것을 자세히 확대해 들여다보고 검증하는 단계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의도적 반대자’로 하여금 정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영국군은 ‘적군(red team)'을 만들어 현재의 전략이 틀렸다는 점을 입증하게 한다. 직원들의 지혜를 모으거나,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도 좋다.

③ 탐색하고 명확히 하라

마지막은 여러 정보 중에서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것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단계다. 2000년대 초 데이터 저장 솔루션 업체 EMC는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 신임 최고경영자(CEO)인 조 투치는 최고정보책임자(CIO)만 상대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다른 직위의 고객들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고객들이 최고 성능의 최고급 하드웨어 제품에는 관심이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투치는 재빨리 사업 모델을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중심으로 수정해 위기를 벗어났다.

슈메이커 교수는 “위기 예방을 위해서는 위험신호 포착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경영자는 위험신호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위험신호의 중요성을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 기업 경영진은 시야를 넓혀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고, 고객 및 경쟁사와 끊임없이 대화하라”고 조언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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