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래를 誤導하는 엉터리 통계, 누가 책임지나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8분


통계청이 가축현황, 경지면적, 인구동향 같은 통계항목을 작성하면서 현장조사를 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등의 잘못된 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국가통계 작성의 중추 기관인 통계청 직원들이 책상에 앉아 엉터리 통계를 적당히 주물러 각종 정책의 기초 자료로 쓰게 한 것이다. 부실한 기초 자료를 만든 지자체들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부실 통계 작성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할 것이다.

일부 통계청 공무원은 축산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가축동향 조사를 하면서 닭 사육 농가 방문조사나 면접조사를 하지 않은 채 사실과 다른 지자체 자료를 농업통계시스템에 입력했다. 경지면적이 감소했는데도 현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통계수치가 틀린 사례도 적지 않았다. 무연고(無緣故) 사망자 현황도 인구동향 조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정확하고 정밀한 통계를 기초 자료로 써야만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전망과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현장과 동떨어진 통계는 현실 진단과 미래 전망을 오도(誤導)해 정책 실패를 낳고, 시장(市場)에 잘못된 신호를 던져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민간기관의 통계도 정확해야 할진대 하물며 한 나라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할 국가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면 그 폐해는 한결 커진다.

부실한 국가통계 양산은 공직사회의 낙후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대 통계학과 박성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국내 371개 통계 작성 기관 중 통계 담당자를 둔 기관은 54개에 불과하고, 담당자가 있는 기관도 평균 1.8명에 그쳤다. 인구 100만 명당 통계 기획·분석 인력은 2004년 기준으로 뉴질랜드 245명, 네덜란드 159명, 캐나다 139명, 호주 87명에 비해 한국은 9명에 불과하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밝혔다.

통계청장은 그동안 외청장 가운데 ‘한직’으로 인식된 데다 그나마 기획재정부 관리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인사가 많았다. 다른 행정기관에서도 통계직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통계직 공무원들의 낮은 사기(士氣)도 ‘대충대충 행정’을 초래한 한 원인이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이인실 신임 통계청장은 통계행정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힘써주기 바란다. 대통령도 통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통계행정 개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엉터리 통계에 둘러싸여서는 국가 선진화도, 정책의 성공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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