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변희재]청년이 창업하기 좋은 나라를 꿈꾸며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대한민국의 인구 구성은 20대와 30대가 1570만 명으로 19세 이상 인구의 41.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경제활동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대 기업집단의 2008년 매출액은 879조 원으로 2007년보다 20.9% 증가했으나 전체 임직원 수는 90만여 명으로 전년도보다 3.7% 늘었을 뿐이다. 대기업이 아무리 성장해도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치열하게 세계경쟁을 하느라 기술과 자본집약적 사업으로 고도화되었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경우 개혁을 통해 기업 수와 직원 수를 대폭 줄여야 하는 실정이다. 이제 대기업과 공기업만 바라보며 도서관에서 토익 책을 펴고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의 비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달리 청년창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5000억 원대의 청년창업특례보증제를 시행하고 있고, 1인 창조기업 3만 개 육성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청년창업 국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창업정책에 대한 인식이 혁명적으로 전환돼야 한다. 청년창업 정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국가의 모든 정책이 창업으로 통하도록 해야 한다.

20, 30대 경제활동, 한국의 미래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인터넷 악성 게시글 문제로 정보통신망법 개정 논란이 한창이다. 논란은 표현의 자유와 피해구제 문제로 집약된다. 그러나 이러한 포털 규제 정책이 청년창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다들 간과한다. 포털의 불법영업과 무분별한 팽창 때문에 미래 인터넷경제의 주역인 청년들이 인터넷 창업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젊은 인터넷 기업가는 “정부의 인터넷 창업 지원금이 궁극적으로 모두 포털의 입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탄식했다. 청년기업가들의 성과물을 거대 포털에 모두 빼앗기는 왜곡된 구조 탓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장자연 씨 자살 사건을 계기로 대중문화산업에 대한 개혁 논의가 시작되었다. 대부분 노예계약 등 연예인 인권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베일에 싸여 있는 연예산업계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대중문화에 익숙한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 1970년대 공인 에이전시법이 도입되어 젊은 고급 인력이 대거 연예시장에 수혈되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면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가장 선호도가 높다. 이런 인재들이 연예시장에서 마음껏 창업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연예산업 개혁정책, 즉 창업정책인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다문화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다문화정책이 이주여성 가정 아이들의 교육문제에만 한정된다면 전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오히려 필리핀 태국 베트남 몽골 카자흐스탄 등 이웃나라의 문화를 들여오면서 새로운 문화기업의 창업을 유도한다면 이 역시 훌륭한 창업정책이 된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정보기술(IT) 봉사활동과 어학연수 등을 통해 해당 국가의 문화를 익히고 있다. 한국이 다문화 국가로 발전해 나간다면 이들이 중심이 되어 창업의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좌우 진영 간에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방송시장 규제 완화도 청년창업가의 처지에서 풀어 나갈 수 있다. 주로 인터넷과 대중문화 영역에서 창업을 시도하는 청년들에게 방송채널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은 콘텐츠와 솔루션 시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방송3사 독점 구조에서는 이 분야 창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여론 다양성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미디어 감각을 갖춘 한국 청년을 위해 더 많은 방송채널을 개설하는 것은 정부의 주요 창업 정책이 돼야 한다. 이외에도 저작권 보호정책과 교육정책까지 창업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 대한민국은 시장경제를 채택한 나라이고 모든 정책은 시장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창업정책이 중소기업청 등 특수한 부처에서만 논의되는 것은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시장의 투명성과 정상화를 추진하는 정책이 따르지 않은 채 자금만 풀면 창업은 실패할 것이고 나중에 모두 청년들의 부채로 남는다.

방송 채널 늘려 일자리 만들어야

청년실업률이 10%에 육박한 상황이라면 국가의 모든 정책을 창업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대통령 직속으로 청년창업지원위원회를 두어 각 부처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책을 창업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홍보하는 비상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창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고용 창출을 늘리는 방법이라는 점에 좌파와 우파 모두 동의해주리라 믿는다.

변희재 객원논설위원·실크로드CEO포럼 회장 pyein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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