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스포츠 클럽] 달라진 야구위상… 중계는 왜 그대로

  • 입력 2009년 4월 27일 09시 27분


82년 프로야구 원년 중계권료 얘기 한 토막. TV 중계권료를 방송사가 KBO에 줄게 아니라 도리어 KBO가 방송사에 돈을 줘야 하는게 아닌가? 라고 반문 했다는 방송국 고위층 이야기는 당시의 스포츠중계 방송 현실을 반영한 좋은 예이다.

최근 야구팬 가족 이야기 한 토막. 주말에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가기로 했다. 오후 5시 경기라 결혼식장에 들렀다가 갈 예정이었지만 TV 중계 관계로 갑작스레 경기 시간이 바뀌어 낭패를 본 후 가족 동반 주말 관전은 포기 했다.

팬들이 뿔 난 이야기. 최근 케이블 TV 불방사태로 팬, 선수와 코칭 스태프, 구단 관계자들까지 뿔이 날대로 났다. 하기야 필자도 4월 4일 개막전 중계방송 통보를 경기개시 17시간 전에야 받고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오랜 해설 생활동안 처음 겪었던 갑작스런 결정으로 사전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방송사와 에이전시간의 금액 차, 자존심 싸움 외에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도 많지만 지금처럼 중계방송 계약 형태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피해는 고스란히 팬들이 보게 되고 붐 조성이나 유지에도 걸림돌이 된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무엇일까? 현실에 맞는 인식 변화다.

아직도 방송사들이 원년처럼 ‘갑’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면 넌센스가 아닐까. 다채로운 매체의 등장과 뉴미디어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프로야구 콘텐츠는 KBO가 갑의 입장으로 변했다. 더욱이 베이징 올림픽, WBC의 좋은 성적 등을 통해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의 콘텐츠로 자리를 확고히 했다. 따라서 현실에 대한 인식 변화는 향후에도 중요하다. 물론 대행사의 기능과 능력은 별도의 문제다.

계약 시기도 문제다. 필자의 견해로는 12월말 까지는 방송계약이 이뤄져야만 한다. 그리고 지상파 방송 관계로 경기시간이 변경되는 것도 미리 정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팬들의 혼동을 막을 수 있고 신뢰도 얻을 수 있다. 야구계 종사자들조차도 시즌 돌입 후 갑작스런 시간변경엔 혼란스러움을 느끼는데 팬들의 입장은 오죽하겠는가?

며칠 전 야구발전 토론회때 초기 프로야구 위상을 정립하는데 큰 공을 세웠던 이용일 전 총장이 “군림했던 일부 커미셔너들의 태도가 프로야구 발전의 저해 요소였다”는 쓴 소리를 공개석상에서 한 바 있다. KBO는 권리와 위상을 되찾으면서 시스템에 의한 원칙적인 운영을 하면 된다.

투명한 운영 속에 이제는 프로야구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 미디어와의 상생관계는 프로 스포츠 중흥의 핵심 사항이다. 이번 사태가 동반자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서로가 윈윈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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