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그린에너지 테마 ‘녹색펀드’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좋은 일 하고 수익 챙기고…”

중소형주 대부분… 고점매수 주의를

이름만 ‘녹색’인 펀드에 속지말아야

《올해 국내 증시가 회복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본 투자상품은 중소형 펀드다. 이 중에서도 ‘녹색성장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상품이다. 정부가 향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녹색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관련 주식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영향이 컸다. 하지만 녹색성장산업에 대한 투자가 과거 정보기술(IT) 버블 때처럼 거품을 일으켜 자칫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 자산운용사들, 녹색성장 펀드 출시 잇달아

정부는 차세대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등 녹색기술의 집중개발로 2018년까지 녹색산업을 국내총생산(GDP)의 38%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국내의 자산운용사들은 녹색성장산업의 수혜 종목인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 관련 종목을 대거 편입한 신상품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초 이후 녹색성장을 테마주로 한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은 30%를 웃돌아 13% 정도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이 판매하는 ‘유리웰스 중소형 인덱스 주식형펀드’는 ‘웰스 인덱스(Wealth Index)’를 추종하면서 녹색 성장주에 투자한다. 웰스 인덱스는 국내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100종목을 제외한 중소형주 200여 종목의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산출한 지수다. 기존 시가총액 방식의 인덱스는 주가가 높은 종목의 비중이 높았지만 웰스 인덱스는 재무구조가 우량한 종목의 비중이 높다.

이런 이유로 기존 시가총액 방식의 인덱스를 추종하는 펀드는 고평가된 주식을 많이 사고 저평가된 주식을 적게 샀다. 반면 웰스 인덱스는 시가총액이 아닌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투자비중을 결정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게 운용사 측의 설명이다. 이 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3일 ‘미래에셋녹색성장펀드’를 새로 설정하고 17일부터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 펀드도 태양광 풍력 등 녹색성장 관련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산은운용도 국내 녹색기술 관련 기업에 자산의 60% 내외를 투자하는 ‘산은그린코리아주식형펀드’를 13일부터 대우증권에서 판매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녹색산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문의도 늘었다. 녹색ETF는 녹색산업과 관련한 기업들로 구성된 특정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다. 우리투자 리딩투자 굿모닝신한증권 등 해외주식투자가 가능한 증권사들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녹색ETF 투자에 대한 문의가 올 들어 예전보다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최근 설정된 녹색 펀드가 불안한 투자자라면 중소형주의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형 펀드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국밸류 10년투자 주식투자신탁 1호’는 가치투자로 장기복리수익을 추구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펀드다. 2006년 4월 18일에 설정된 이 펀드는 17일 현재 23.93%의 누적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6.58%에 비해 30.51% 초과수익을 기록한 셈이다. 작년의 급락장에서도 수탁액이 꾸준하게 유지돼 17일 현재 1조25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펀드도 최근에는 녹색 성장에 기반을 둔 우량 중소형 주식들을 편입하면서 장기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규모가 큰 만큼 적절한 분산투자에 따른 안정성과 중소형 주의 성장성을 겸비했다는 게 운용사 측 설명이다.

○ 틈새상품으로 장기 보유가 유리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유관기관도 지난해 조성한 ‘증시안정펀드’의 수익금을 녹색성장 관련주에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증안펀드는 지난해 11월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서둘러 조성된 펀드로 지난달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515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이 펀드의 수익률은 20일 현재 20.1%로 평가이익은 1030억 원. 증권유관기관들은 이 평가이익 가운데 약 1000억 원을 녹색성장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녹색펀드 투자를 할 때는 주의할 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녹색펀드 같은 테마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이 실제 성과를 보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투자기간을 고려한 중장기적인 투자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녹색성장 수혜 종목이 중소형 종목이고, 펀드매입 종목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자칫 단기고점에서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국가의 초대형 사업인 만큼 해당 펀드의 실질적인 운용종목과 전략을 확인한 다음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자신이 투자하는 펀드가 이름은 녹색펀드지만 실제 투자하는 종목은 일반 펀드와 별 차이가 없는 게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투자분산 차원에서 다른 업종을 섞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일부 녹색펀드는 녹색 성장주와 상관없는 종목들로 대부분을 채우는 경우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녹색테마펀드는 틈새상품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인 만큼 전체 투자에서 10% 내외의 비중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충고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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