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성호]北인권에 더는 침묵해선 안된다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1분


《이 글은 제성호 인권대사(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앞두고 보냈습니다. 제 대사는 올해로 6회째인 이번 행사에 한국 정부를 대표해 처음으로 참석합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26일부터 1주일간 ‘북한자유주간(North Korea Freedom Week)’ 행사가 거행된다. 북한자유연합(NKFC)이 주관해 매년 4월 마지막 주에 열린다. 2004년부터 시작돼 이번에 6회째가 된다. NKFC는 미국 일본 한국 영국 벨기에 등 세계 각국의 시민단체(NGO) 60여 개의 연합체로 수잰 숄티 방위포럼재단(DFF) 회장이 대표다. 2003년 6월에 창설된 이 단체는 북한 주민의 인권 및 존엄성 존중, 탈북자 보호와 중국의 관련 정책 변경, 정치범수용소 해체, 대북 자유·정보의 확산, 모든 납치자 송환 촉구를 활동목표로 삼고 있다.

2004년에는 미국의 상하 양원을 설득, 압박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지난해 이 법의 재승인과 연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탈북자 초청 포럼(증언 청취), 세미나, 전시회, 규탄 시위, 음악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북한 인권문제의 국제공론화에 이바지했다. 행사 기간에는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송환을 규탄하는 집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국제적 연대행동을 주도했다. 작년의 경우 비극적인 탈북 스토리를 영화화한 ‘크로싱’이 국내 개봉에 앞서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통해 먼저 상영됐다.

금번 제6회 행사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 출범 후 처음 개최된다는 점과 북한의 로켓 발사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NKFC는 미국의 대북정책과 6자회담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핵심 의제의 하나로 삼도록 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민주당 행정부의 인권친화성에 비춰 앞으로 이 분야에서 일정한 진전을 이룰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미 의회에서 피터슨경제연구소가 주관하는 북한인권 토론회가 29일 열린다. ‘행동가’ 외에도 마커스 놀랜드, 척 다운스, 칼 거슈먼 등 전문가가 대거 참가한다. 조지타운대에서 한미 양국의 대학생이 별도의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열악한 북한 인권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인류의 양심을 반영하는 움직임으로 국제시민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북한 인권문제에 여전히 무관심하다. 북한 인권을 이야기하면 북한을 자극하며, 남북관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북한 인권을 기준으로 보수와 진보로 편 가르기 한다. 하지만 보편적 가치에 속하는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일은 악의적인 비방과는 다르다. 인권 증진에로의 권유와 애정 어린 비판은 결국 북한 사회의 건강성 회복에 도움이 된다. 헌법이 명령하는 자유민주통일(제4조)을 위해서도 북한 인권 개선은 필수적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인권은 거론할 때 개선이 있었고, 침묵할 때는 진전이 없었다. 독재자가 인권을 스스로 개선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사일 1기 발사에 2억∼3억 달러를 사용한다. 식량난을 해소하는 데 요긴한 재원이다. 하지만 북한 주민의 먹을 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군정치노선만 강조한다. 반면 고위층은 사치품을 즐기며 산다. 이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이제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대북 저자세는 도덕적 민족적으로 옳지 않다. 교류 협력, 인도적 지원, 인권 개선을 병행 추진하는 길이 균형 잡힌 대북정책임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인권에의 침묵은 수구일 뿐이다. 올바른 북한 인권관(人權觀)이 절실하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 인권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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