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주선]공공기관 군살빼기 안하나 못하나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8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우리나라도 위기의 격랑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나라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이 시장경쟁의 활성화인데 이는 정부의 시장개입 축소와 공공부문의 효율성 제고에서 시작된다. 가장 좋은 방안은 규제개혁, 방만한 정부조직 및 공무원 구조조정, 공기업의 민영화와 경쟁도입, 공공기관의 획기적 축소와 구조조정이다.

허술한 감독 체계가 일탈 불러

이런 개혁을 목표로 내건 현 정부에서도 공공부문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개혁은 답보상태다. 정부조직 개편이 취임 직전 이뤄졌고 공기업 선진화 방안 발표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내용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대부처주의에 입각하여 부처의 수를 축소했으나 통합된 부처의 효과적인 군살빼기는 여전히 이뤄지지 못한 상태이고 공무원 인원 감축도 위기상황에서 일자리 유지가 중요하다는 명분에 밀려 추동력을 잃고 있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은 가스 전력 수도 철도 우정 등 대규모 공기업의 민영화 방안을 아예 담지 못했고 복지 및 진흥·육성을 명분으로 한 공공기관의 민영화와 경쟁 도입도 여전히 논외다.

오히려 경쟁 도입과 민영화를 위해서 이미 분할한 한전 자회사를 심각한 경제위기를 이유로 다시 합쳐야 한다는 세력이 등장하는가 하면 신문유통원 같은 비효율적이고 명분 없는 조직 때문에 경영난을 겪는 민간 신문사를 추경예산으로 지원하자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나온다.

한술 더 떠서 최근에는 공무원노조가 ‘단체협약이 법령 또는 조례와 경합하는 경우 조합원에게 유리한 조항을 우선 적용한다’거나 노조 전임자에 대한 공공기관의 임금 지급을 사실상 규정하는 등의 위법적 조항, 노조간부의 인사발령을 노조와 협의하도록 하는 부당한 인사권 개입을 담은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정부의 여러 기관이 공무원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1만4915개 조항 가운데 22%인 3344개 조항이 위법 부당협약이라고 한다. 최근 밝혀진 사회복지기금에 대한 공무원의 거액횡령은 허술한 감독 및 복지 전달체계와 공무원의 도덕성 결여가 결합하여 발생한 공공부문 일탈행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부문 종사자와 공공부문의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성 그리고 일탈행위는 공무원 개개인의 성품이나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부문이 가진 본질적인 속성 때문에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담당하는 일 가운데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을 과감하게 민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감한 규제개혁-민영화 급하다

전기 가스 수도 철도 우정 등 대규모 공기업의 민영화와 경쟁 도입을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추가해야 함은 물론이고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또는 진흥 육성 보호를 명분으로 설립한 신문유통원을 포함한 공공기관을 폐지하거나 민영화해야 한다. 이들 때문에 도입된 규제도 전면 폐지하고 특히 보육, 사회서비스 등 산업적 성격을 지닌 부문은 민간이 담당하는 산업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 조직과 인원의 군살을 빼려면 정부부처의 기능 및 인원 조정이 필요하고 규제개혁과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의 업무와 사업을 시장에 맡기고 나면 이에 연관된 정부의 조직과 인원을 과감하게 축소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런 개혁은 재정지출 축소와 세금부담 완화로 이어져서 세계적 규모의 경쟁에 직면한 민간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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