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2회 국수전… 큰 그림을 그리다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좌변 흑이 탈출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좀 더 맵시 있고 모양 좋게 두고 싶다.

목진석 9단이 염두에 두고 있던 수는 흑 67. 이 한 수를 미끼로 던져준 뒤 흑 69, 71로 탄력적인 모양을 만든다. 백은 이 미끼를 외면하고 싶지만 그 경우 더 손해가 커진다.

흑 73이 놓이자 좌변 흑은 깔끔히 탈출했고 오히려 중앙 백이 외로워졌다. 그렇다고 중앙을 보강하는 것은 패배의 지름길이기 때문에 백 74로 실리를 챙기며 버틴다.

백 78을 본 목 9단은 ‘좀 심한 것 아니냐’는 표정을 짓는다. 주변 흑이 두텁기 때문에 참고도 백 1, 3 정도로 삭감하는 것이 정수인데 불리한 백이 깊숙이 뛰어든 것이다.

목 9단은 의외로 백 84까지로 쉽게 살려주는 듯한데 이 과정에서 흑 83이 놓이며 우변 백의 탈출로가 막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목 9단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흑 83을 바탕으로 우변 백과 우상 백을 엮어 한쪽을 잡는 원대한 구상이었다. 흑 85는 그 시발점. 목 9단의 구상이 이세돌 9단의 방어막을 뚫고 성공할 수 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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