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능성적 공개, 學力향상으로 이어져야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원자료 공개는 교육정보의 정부 독점을 해제하고 학력 실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교육현장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료에서 학교 이름을 지운다고 하지만 학생수 등으로 알아보면 학교별 지역별 학력 격차가 쉽게 드러날 것이다.

법원은 1, 2심에서 ‘외부 유출 금지’라는 조건을 달아 ‘수능 원데이터는 비공개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개인별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면 교육의 소비자인 학부모도 교육정보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에서는 더 전향적인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학력 격차는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해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우리는 지역별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3∼4배나 차이가 나는 현실에서 평준화가 허상임을 생생하게 목도했다. 대다수 학생이 수능을 치르는 만큼 수능 성적은 학업성취도 평가보다 더 정확하다. 대학입시에서처럼 내신에 왜곡되지 않은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척도다. 수능 성적이 공개되면 충격이 없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학교 간, 지역 간 학력 경쟁이 촉발돼 전체적 학력 수준은 신장될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교육경쟁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학력공개는 세계적 추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호기심으로 열어본 판도라의 상자는 공교육 붕괴의 재앙”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난센스다. 수능 성적 공개가 고교서열화를 조장하고 평준화를 해체해 극심한 입시경쟁을 몰고 올 것이란 논리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허울만 남은 평준화 해체를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성적 공개가 두려운 진짜 이유는 그동안 장막 뒤에 숨겨진 교사들의 나태와 해이가 드러나는 것 때문 아니겠는가.

수능 원자료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게만 연구 목적에 한해 공개된다고 하지만 언론이 보도해 결국은 모든 국민이 알게 될 것이다. 교육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는 학부모와 학생이라는 점에서 언론 보도는 당연하다. 정부는 차제에 수능 성적 공개에 대한 정교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실질적 학력 신장과 학력 격차 해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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