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삼열]서울시 ‘맨유 광고’가 낭비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최근 미국 전역에서 발행하는 여행 전문지 ‘자팩스(JAXFAX)’, 덴마크 일간지 ‘레세리브(REJSELIV)’ 등 세계 유력 매체가 한국 혹은 서울을 이른바 ‘뜨는’ 여행지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유구한 역사와 고유한 문화, 반세기 만에 달성한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가난, 분단의 이미지로 인해 관광 분야에서만은 변방에 머물러 왔던 그간의 설움 아닌 설움을 생각할 때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2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홈경기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된 서울의 매력은 그런 의미에서 시의 적절한 기폭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된다. 서울시가 2008∼2009시즌 맨유의 광고주로 참여하면서 개최하게 된 이날 ‘서울의 날(Discover Seoul Day)’ 행사에서는 ‘서울 발견하기(Discover Seoul)’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과 서울의 이미지를 담은 포스터가 구장 곳곳에 나붙고 200인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에서 서울시 홍보 영상을 상영했다. 27억 원가량을 들인 맨유 스폰서 건을 두고 경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세금 낭비라는 여론도 있는 것 같다. K리그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은 딴 나라의 축구팀을 스폰서하는 데 대한 감정적인 반감을 드러낸다. 물론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겪는 때이니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곳에 막대한 돈을 쓰는 일이 못마땅할 수 있겠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서울시는 맨유를 후원하지 않고 맨유와 광고 계약을 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전 세계 3억3000만 명의 열혈 팬을 둔 맨유의 경기장과 홈페이지, 소속 선수만 한 광고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서울시에서 추계한 ‘홍보 효과 316억 원’이라는 수치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박지성이나 라이언 긱스의 입을 빌려 묘사되는 서울, 220개 TV 채널을 통해 세계 곳곳에 방영될 맨유-서울데이 스페셜이란 서울 홍보를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는 가슴 떨리게 기대되는 일이다.
관광은 고갈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자원이자 21세기형 시장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와 도시들이 매력적인 여행지로 자신을 알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스포츠 마케팅은 국경을 초월해서 호소력을 발휘하는 집중도 높은 마케팅 수단이라 잘나가는 스포츠 팀의 스폰서십을 따내는 일은 경합이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각국의 도시까지 스폰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2005∼2007년 맨유를 활용해 자국 관광을 홍보했던 말레이시아는 해당 기간 에만 500만 명의 관광객이 증가했다는 사실과 FC바르셀로나의 스폰서십을 위해 8000만 파운드를 제안하고도 거절당했던 중국 베이징의 사례는 괜한 해프닝이 아니다.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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