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주루 실수 5번…생각하는 ‘고급야구’ 펼쳐라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0분


미국에서는 주루 미숙으로 공격의 맥을 끊어 놓았을 때 이를 수비 실책인 ‘에러(error)’보다 큰 실수를 뜻하는 ‘블런더(Blunder)’라고 부른다.

한국은 9일 일본전에서 1-0으로 이기긴 했지만 5번이나 주루 실수가 있었다.

2회 정근우(3루에서 아웃), 4회 김태균(2루에서 포수 견제사), 5회 이용규(박경완의 히트 앤드 런 실패 때 1루 귀루 늦음), 7회 김현수(홈에서 아웃)와 김태균(3루에서 아웃)이 블런더를 저질렀다.

한국은 대회가 열리기 전 ‘발야구’를 강조했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을 철석처럼 믿어서다. 하지만 기동력 야구는 상대적이다. 중국이나 대만처럼 기량이 한 수 아래인 팀에는 과감한 베이스 러닝이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세기의 야구에서 우리보다 앞서는 일본에는 통하지 않았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선수들과 WBC 선수는 기량 차가 크다. 기동력 야구도 상대와 상황을 파악하면서 시도해야 한다.

일본의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0-1로 뒤진 8회말 1사 후 스즈키 이치로가 안타로 나가자 나카지마 히로유키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이치로는 천하가 아는 발 빠른 주자다. 이치로가 2루 도루를 시도해 1사 2루가 된다면 타격이 좋은 나카지마, 아오키 노리치카에게 두 번의 공격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하라 감독은 정석대로 보내기 번트를 택했다.

2회 정근우의 아웃은 너무 과감한 베이스 러닝 탓이다. 7회 김현수와 김태균의 경우는 전형적인 주루 미숙을 노출한 것이었다. 이용규는 작전이 걸린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정근우, 김태균, 김현수는 주루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야구에서 ‘주자는 절대로 3루에서 아웃되면 안 된다’는 격언이 있다. 안타가 나왔을 때 주자가 2루에 있거나 3루에 있거나 득점에 큰 차이가 없다.

특히 7회 김현수는 홈으로 쇄도해도 아웃이 뻔한 상황이라 일단 멈춘 뒤 런다운 플레이를 유도해야 했다. 그랬으면 혼자 아웃되고 김태균을 3루까지 보내면서 더블아웃을 피할 수 있었다. 김태균도 김현수가 잘못된 판단이긴 하지만 일단 스타트를 끊었으면 같이 출발해야 옳았다.

베이스 러닝은 주눅 들어서도 안 되지만 도가 지나쳐도 공격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래서 ‘생각하는 야구’가 고급 야구인 것이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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