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사종]‘춤추는 노들섬’은 新성장산업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극장과 심포니홀이 있는 아름다운 예술섬이 생긴다는 발표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강의 모습은 어떨까’이다. 독일인으로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하는 친구의 말에 의하면 밋밋하고 접근도 어렵고, 주변 아파트에 전망이 닫힌 아름답지 않은 장소가 바로 한강이라고 한다.

성장시대의 마구잡이 아파트 개발에 의해 아름다운 강의 수많은 역사적 사연과 문화가 깡그리 말살되어 버렸다. 한강은 농경시대와 산업사회에서의 생존 양식인 치수와 실용적 효용성 논리에 의해 대충 파헤쳐졌고 지금의 강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화가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는 ‘아름다운 가치에 대한 테러’가 우리 민족의 서사적 얼이 서린 한강에 무자비하게 가해졌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정보사회 이후 우리의 물질적 풍요와 성장은 미적 가치의 효용성에 눈을 뜨게 했다. 생산의 주요 동력도 농경에서 제조업 정보통신에서 이야기산업, 즉 꿈과 상상을 파는 세상으로 급속히 이동했다. 사람들은 이제 시장에서 잘 만든 물건은 기본이고 그 위에 이야기가 듬뿍 담긴 물건을 산다. 실제로 파리의 상징이 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센 강과 런던의 템스 강도 강의 서사적 혼이 담긴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이야기들에 둘러싸여 있어 더욱 찬연한 빛을 발하며 우리를 유혹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나는 한강의 한가운데 펼쳐질 서울시의 ‘춤추는 노들섬 프로젝트’를 뒤늦었지만 수도 서울과 대한민국의 미적 문화적 가치를 복원시킬 중요한 역사로 본다.

시드니(호주) 오페라하우스, 빌바오(스페인) 구겐하임미술관 같은 도시의 상징을 꿈꾸는 이 같은 예술섬 계획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첫째는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막대한 시민혈세(4500억 원)를 투입해 굳이 놀이시설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견해다. 그러나 우리는 놀이(문화)가 단순소비의 영역이 아닌 주요한 생산의 영역을 만들어내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선진국은 일찌감치 문화산업과 관광 등 고부가가치의 신성장산업에 눈을 돌렸다.

아름다운 도시, 강, 마을도 이젠 그 자체가 마르지 않는 자원이며 생산의 영역이 된 지 오래다. 오늘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지혜로운 투자방법 중 하나가 이 같은 미래의 엄청난 수요, 즉 옛날에는 쓸데없었지만 앞으로 더욱 쓸 데 있어질 수요를 창출해 내는 길이다. 둘째로는 왜 하필이면 오페라 극장이냐는 시비이다. 글로벌 시대를 헤쳐 가는 현대도시에 세계가 공용하는 문화의 트렌드를 입혀보자는 발상으로 봐야 한다.

셋째로는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고립된 문화시설 필패론에 대한 우려이다. 실제로 문화와 생활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한 남산 국립극장과 과천 국립미술관의 사례에서 보듯 또 하나의 고립된 성채를 만드는 일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 산과 면벽하는 다른 문화공간과 달리 노들섬은 강안(江岸)에서 보면 고립된 공간이지만 거꾸로 보면 사방으로 물길 뱃길이 열린, 어디로든지 가고 올 수 있는 곳이다. 계획대로 다리를 보완하고 지하철 연계 전용 보도를 만든다면 강의 동서남북 지역의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소통을 주도할 수 있지 않을까. 아쉬운 점은 쇼핑센터와의 연계 등 일상적인 시민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계시킬 전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의 한강은 한반도 물류문화의 중심이었다. 그동안 서울시민은 아름답고도 큰 물가에 살면서 물의 문화와 접하며 꿈꾸는 삶을 소유하지 못했다. 한강르네상스를 향한 꿈이 노들 예술섬에서 점화되고 도시성장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해본다.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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