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교사 서열화’ 두려워 학력평가 반대했나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는 예상대로 파란을 일으켰다.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한다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학업성취도 평가에 반대하는 교사들의 비난도 예상대로였다.

물론 학업성취도 공개가 학생과 학교 서열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문득 ‘평가 결과 진짜 서열화된 건 누구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열화’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평가 결과가 공개되자마자 역시나 전국 180개 지역교육청을 한 줄로 세우는 통계가 쏟아져 나왔다.

A시 교육청이 이 줄의 맨 끝에 있다고 치자.

교육계가 우려했던 부작용은 ‘A시 학생은 바보’, ‘A시 학교는 3류’라는 낙인, 즉 학생과 학교에 대한 서열화였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A시 교육청의 지원이 열악하다’, ‘A시 학교 교사의 교육능력이 부족하다’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공급자에 대한 서열화였다.

평가가 피교육자의 서열화가 아니라 교육자의 서열화로 이어진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초등학교 교사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우리 학교 6학년 중에 국어책을 제대로 못 읽는 아이가 7명인데 3명만 기초학력 미달로 나왔어요. 기초학력 미달이 얼마나 심각한 건지 감이 와요? 버스 표지판을 엉뚱하게 읽고 과자값 거스름돈도 계산할 줄 몰라요.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런 아이를 대책 없이 진급시킨 일부 교사들이에요.”

학업성취도 전수 평가와 결과 공개를 통해서야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 1학년 사이에만 무려 30만 명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학자들은 ‘좋은 교사(good teacher)는 아이들에게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위대한 교사(great teacher)는 인생을 준비할 수 있게 한다’라는 격언을 언급하곤 한다.

교육 수요자로서 ‘일부’ 교사들에게 부탁을 하고 싶다.

위대한 선생님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초학력도 못 채운 위기의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라도 되어 달라고. 학업성취도 평가를 더는 학생 서열화로 왜곡하지 말고 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의 계기로 삼아 달라고.

일부 지역에서 채점을 잘못했거나, 성적을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교육 수요자들의 이런 호소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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