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정식]영재보다 영재기업인 키우자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동료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1998년 작은 창고에서 구글을 창업했다. 구글은 2007년 기준 매출액 166억 달러, 20개국에서 약 1만7000명을 고용한 세계적 정보통신(IT) 기업으로 성장했다. 두 영재 기업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인 GM 포드 크라이슬러를 합친 것보다 주식가치가 더 큰 기업을 탄생시켰다.

이렇듯 창의적 아이디어를 지닌 소수의 인재가 국가, 더 나아가 전 세계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특히 현재와 같은 지식 주도형 경제체제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여 육성하는 일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제2 도약’을 위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탄탄한 기술력으로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브린과 페이지 같은 ‘영재 기업인’의 등장이 시급하다.

우리는 그간 영재교육진흥법 제정(2000년), 영재교육원 설립, 발명영재 교육을 통해 영재 양성에 노력해왔다. 그러나 기존 전문지식 위주의 영재교육은 영재에게 잠재된 창의성을 이끌어내고 이들을 영재 기업인으로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정부 학계 기업이 합심하여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인재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특허청도 그간 추진하던 초중고교 발명교육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소수정예의 지식재산에 기반을 둔 영재 기업인을 육성할 수 있는 혁신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1월에 전담팀을 발족시켰고 2월에는 KAIST, 포스텍(포항공대)과 업무협력 약정을 체결했다.

우선 업무제휴 대학과 함께 창의성 태도 인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여러 단계에 걸친 선발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했다. 선발된 소수정예의 영재가 공학 인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접하는 교육 기회를 제공받아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도록 도울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창의성 교육과 더불어 기업가적 자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뛰어난 영재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사소한 실패에 좌절하거나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데 서툰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강한 성취동기와 도전정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동료와의 협력과 리더십,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이웃에 대한 배려 등 인격적 성숙함과 지도자로서의 덕목 함양에도 노력할 것이다.

또 선발된 영재가 대학입시 걱정 없이 창의적 미래 지식재산기업인으로 성장하도록 KAIST나 포스텍 등 최고 수준의 이공계 대학과 협력하여 우선입학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학기 중에는 미래 지식재산기업인으로서 창의성을 배양하는 과외활동을 권장하고 방학 중에는 캠프 참가, 국내외 교육기관 연수, 기업 인턴십 등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영재 기업인으로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다.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도 잠재된 재능을 맘껏 발휘하여 개인적으로는 빌 게이츠 같은 엄청난 부와 성공을 거두고, 나아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갖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할 것이다.

우리가 육성코자 하는 지식기반 영재 기업인이 이공계 기피 현상을 잠재우고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를 제공했으면 한다. 새로운 교육으로 육성한 소수의 핵심 영재가 게이츠나 브린같이, 신산업을 창출한 기업가로서, 또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지도자로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인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고정식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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