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영아]日학원협회는 강사등급제 추진하건만…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요즘 일본에서는 검정시험을 통해 학원강사 능력을 등급으로 매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등급 붙이기를 좋아하고 검정시험이 많은 일본이지만 이번에는 진지함이 엿보인다.

검정제도를 추진하는 곳은 ‘전국학습학원협회’다. 학원들이 스스로 학원 이용자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강사 2급은 ‘교실전체의 의욕이나 이해도에 따라 적절한 지도가 가능’한 수준, 강사 1급은 ‘개개인의 반응을 배려하면서 성적향상 포인트를 확실하게 잡는 지도가 가능’한 수준으로 돼 있다.

지난해 6월 2급 시험이 시범 실시돼 응시한 강사 160명 가운데 138명이 합격했다. 올해부터는 2급 합격자가 1급에 도전하는 시험도 시작된다.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모의수업 비디오를 베테랑 강사가 심사하는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평가 포인트는 ‘어조에 강약이 있는가’ ‘학원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가’ 등 13개 항목으로 매우 구체적이다.

이런 움직임이 시작된 배경에는 공립학교 보충수업에 학원이 참여하는 등 학원의 사회적인 역할이 늘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반면 학원강사는 교사자격증 같은 자격조건이 없어 자질을 평가할 공적 기준이 없었다.

이 협회가 2005년 학원 380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 강사 중 대학생이나 주부 등 아르바이트 비율이 57%나 됐다. 또 강사들의 이동도 잦아 안정적 수업의 질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협회 측은 “검정제도가 정착되면 학원이 1급이나 2급 자격을 갖춘 강사를 우선 채용하고 강사들도 지도력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벌써 한 대형 진학학원은 검정시험을 강사연수과정에 넣을 계획이라고도 한다.

일본에서 이 제도가 정착될지, 혹은 탁상공론에 그칠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그러나 학원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고 교육서비스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자세만은 평가할 만하다.

한국에서 학원을 고르는 기준은 뭘까. 학부모는 학원 측이 내세우는 부풀려진 실적과, 권유한 사람의 ‘말발’에 따라 막대한 사교육비뿐 아니라 자녀의 소중한 기회비용까지 지불하고 있다. 인터넷 등에 학원이나 강사평가에 대한 정보가 있지만 신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굳이 일본 방식이 아니더라도, 학부모가 교육소비자로서 학원이나 강사에 대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치는 한 번쯤 짚고 넘어갈 때가 아닐까.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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