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른 공기업도 한전式구조조정이나마 하라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출입문 주변에는 플래카드가 대여섯 개 걸려 있다. 노조가 내건 것으로 “인력감축 구조조정 투쟁으로 박살내자” “구조조정 반대” “조합원 징계 철회하라”는 내용이다. 2002년과 2006년 발전자(子)회사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를 복직시키라는 플래카드도 있다. 지속적인 공기업 개혁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공기업 개혁은 과거에도 말만 무성하다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다.

신(神)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의 대표 격인 한국전력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간부 직원들에 대해 공개경쟁 보직제도를 실시해 41명을 탈락시킨 것이다. 탈락자들은 6개월간 재교육을 받아야 하고, 재교육 기간을 포함해 1년간 보직을 못 받으면 해고될 수도 있다. 보직 없이 탈락시킨 것이나, 회사 측이 해고할 수 있게 된 것도 한전 사상 처음이다. 작년 8월 부임한 김쌍수 사장이 공기업 효율성 향상을 위해 인사 개혁에 나선 결과다.

외국 공기업이나 국내 민간기업의 시각으로 보면 ‘구조조정’이랄 것도 없는 수준이지만 한전 안팎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차장급 이상 간부들만 대상으로 했고, 민간회사라면 늘 있는 일인데도 그렇다. 그나마 민간기업 출신이 사장이어서 가능했지, ‘낙하산 사장’이었다면 할 수 있었겠나 싶다.

이명박 정부도 집권과 함께 거창한 공기업 개혁방안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는 변변한 실적이 없다. 작년 말 이 대통령이 직접 공기업 사장들에게 개혁을 강하게 주문했지만 움직이는 사장은 거의 없다. 사장들이 일선 현장에서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넘어가려 하니 한전 수준의 개혁조차도 안 되는 것이다.

공기업 사장들은 자리에 연연해 노조와 뒷거래할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구조조정과 개혁에 실패하면 요금 인상 등으로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준다. 정부는 누가 개혁을 잘하는지 철저히 평가해 기대에 못 미친 사장에겐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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