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은아]대불단지의 中企“전봇대 뽑으면 희망있다”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이명박 대통령의 ‘전봇대’ 발언(2008년 1월 18일)이 나온 지 1년 가까이 된 15일.

‘전봇대’의 무대인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국가산업단지에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하지만 유례가 드문 불황 속에서도 해외시장 개척의욕에 불타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푸른중공업은 4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제작한 ‘메탈 요트’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 장정희 부사장은 “올해 처음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한국 요트 업체도 이제 세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들떠 있었다.

플랜트 제작회사 ㈜한영산업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이 회사 한승호 이사는 “호주와 남아공 시장을 중심으로 광물 채취기계를 수출하고 있다”며 “빠른 납기와 좋은 품질로 인정을 받아 올해 수출 시장을 더 넓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불산단이 걸어온 길을 보면 이들의 다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007년 산단의 수출 실적은 4억6300만 달러(약 6389억4000만 원)로 2006년에 비해 25% 늘었다.

김시건 대불산단 경영자협의회 회장은 “산단에 처음 입주했던 1997년만 해도 이곳은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허허벌판이었다”며 “조선경기 활황에 따라 입주 업체가 놀랍도록 빠르게 늘며 지금까지 온 걸 보면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다”고 회고했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전봇대가 상징하는 탁상행정과 규제 또한 중소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범 가운데 하나임을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불산단의 기업인들은 정부나 공공기관에 많은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한 선박 용품 제작업체의 사장은 “회사 공장 주변에서 한전이 공사를 할 때 최소한 사전에 공사시간을 통보해줘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힘있는 기관의 작은 배려나 사소한 행정절차 개선도 대불산단의 중소기업들에는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정부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조은아 산업부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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