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혼돈의 증시, 추론보다 팩트 집중하는 지혜를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주식시장은 대개 경기 꼭짓점에서 금융긴축으로 인해 힘이 한번 빠지고, 경기 둔화를 확인하면서 하락추세가 굳어진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 어느 나라도 자국 자산가격의 거품을 빼는 긴축과정이 없었다. 오히려 집값하락과 금융부실이 손 쓸 틈 없이 진행되는 바람에 역사상 가장 과감하고도 신속한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책이 발동됐을 뿐이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이 정도의 저금리에 도달하는 동안 재고도 많이 줄고 부실기업의 구조조정도 꽤 이뤄져 경기부양의 약효가 여기저기서 나타날 법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여건이 다르다.

경기침체에 맞춰 장기간 이자율을 내리고 부양책을 펴 온 게 아니라 금융위기로 방죽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고 일거에 모든 조치를 발동했기 때문이다. 진짜 경기한파가 오기 전에 금리를 선제적으로 재빨리 떨어뜨렸고 온갖 정책을 앞 다퉈 쏟아낸 것이다. 어찌 보면 쓸 약은 다 썼고 이젠 하늘을 보며 그 효험만을 기다려야 할 판국이다.

그러니 주가 흐름은 이제 정책보다는 현실경제에 달려 있다. 지금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라면 오갈 데 없는 돈의 힘만으로 주가가 먼저 뜨고, 그 다음 경기 반전에 발맞춰 주가 상승이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이미 펼쳐진 경기부양 효과까지 가세해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이다. 즉 저금리로 이륙한 주가가 그 다음 경기 순풍을 타고 높이높이 날아가는 멋진 금융장세의 모델이다.

하지만 이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경기침체로 돈은 전혀 돌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기대했던 경기 반전은 감감무소식이고 오히려 경기부양의 부작용만 맞바람으로 불어와 주가가 바닥을 탈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경기와 금리, 주가가 다 함께 늘어지는 어디선가 본 듯한 디플레이션 역실적 장세의 모습이다.

증시의 이 두 가지 운명은 결국 이번 실물경제의 진실게임에 달려 있다. 이제 주식시장의 공은 경기 쪽으로 넘어 왔다. 만일 경기가 없다면 돈은 돌지 않고 유동성 장세도 없을 것이다. 경기의 도움 없이는 주가가 떨어져도 그 주가를 결코 싼 가격이라 말할 수 없다. 엄청난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그 실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번 겨울이 무척 춥다고 예보됐지만 의외로 덜 춥다면 지금 주식을 사야 한다. 하지만 만일 예상보다 훨씬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다면 여전히 현금을 아껴야 한다. 이제부터는 증시에서 정말 상상보다는 현실(fact)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