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지연]자통법 ‘투자준칙’혼란…피해는 투자자 몫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증권업협회 불스홀.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가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마련한 ‘표준투자권유준칙’ 설명회가 열렸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는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맞춰 고객들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해야 한다.

▶본보 1월 8일자 B1면 참조

금융권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220명이 정원인 불스홀은 꽉 찼다.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거나 선 채로 들은 직원도 70∼80명이나 됐다. 그러나 참석한 금융회사 직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설명회 진행 중 답답하다는 듯 한숨이 곳곳에서 들렸다.

자통법 시행이 3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도 표준투자권유준칙 최종본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금융회사는 고객의 투자 성향과 금융상품의 위험도를 5단계로 나눠 고객의 성향에 맞는 상품만 권하는 등 기존의 영업 행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만큼 금융회사들이 준비할 사항이 많다.

설명회에 참석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최종본에 맞춰 영업사원 교육도 하고 고객관리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영업점을 찾지 않고 금융회사 웹사이트를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의 경우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새 제도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못해 생기는 혼란과 불편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된다.

표준투자권유준칙이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 A 씨가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증권사 영업점을 오전 10시에 방문하고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오후 1시쯤 다시 방문하면 A 씨는 영업점을 찾을 때마다 투자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투자자정보확인서’를 써야 한다. 같은 투자자라도 투자자금의 규모 등이 바뀌면 투자 권유도 달라야 한다는 이유에서지만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표준투자권유준칙은 국내에서 오랫동안 문제가 된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기대도 크다. 이 준칙이 ‘준비 미흡’과 ‘형식적 제한’ 논란을 이겨내고 불완전판매를 실질적으로 뿌리 뽑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눈이 쏠려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지연 경제부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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