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 新행정부, FTA 재협상으로 韓美신뢰 흔들 건가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1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 FTA에 반대했고, 계속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힐러리는 ‘한국이 협상을 다시 할 뜻을 갖고 있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고, 우리 정부는 ‘재협상 불가’를 거듭 확인했지만 미 행정부의 희망사항은 우리 정부의 대응과제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노조의 지지를 받는 미국 민주당의 한미 FTA 헐뜯기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오바마는 대선후보로 결정되기 전인 작년 5월 한미 FTA를 ‘결함이 많은 협정이며 특히 자동차부문이 불공정하다’고 몰아세웠다. 대선 기간 내내 한국 등 외국 자동차 탓에 미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은 듯 문제를 삼았다. 최근 미국 최대 노조인 전국노동자총연맹-산업별노동조합(AFL-CIO)은 한미 FTA의 자동차 관련 조항의 재협상과 한국의 노동관행 개선 없이는 의회 비준을 추진하지 말 것을 차기 행정부 측에 촉구한 바 있다.

그렇지만 오바마 정부는 미국 자동차 산업 몰락의 주요 원인을 미국 안에서 찾아야 한다. 연료소비효율이 낮은 대형차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노조원과 그 가족뿐 아니라 퇴직자에게까지 지원된 복지비용으로 인해 회사 재정이 악화된 것은 왜 감추려 드는가. 자동차 수입이 개방된 한국에서 미국 차의 판매 부진은 성능과 디자인 등 품질경쟁력이 일본이나 유럽 차에 뒤진 탓임은 왜 외면하는가.

한미 FTA는 정치 안보 경제를 포함한 한미 동맹관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오바마 정부는 스스로 경쟁력을 잃은 자국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느라 한미 신뢰를 흔들어선 안 된다.

국내에서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한 것은 적어도 6개월 전인데 대비는 불충분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작년 10월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 FTA 자동차 부문의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정부는 미국 의회에 앞서 ‘선제적으로’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여야는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이른 시일 내 협의 처리’라는 막연한 합의를 하고 이를 미뤄 놓았다. 국회의 직무유기가 협정 상대국의 재협상 압박을 불러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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