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노조의 지지를 받는 미국 민주당의 한미 FTA 헐뜯기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오바마는 대선후보로 결정되기 전인 작년 5월 한미 FTA를 ‘결함이 많은 협정이며 특히 자동차부문이 불공정하다’고 몰아세웠다. 대선 기간 내내 한국 등 외국 자동차 탓에 미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은 듯 문제를 삼았다. 최근 미국 최대 노조인 전국노동자총연맹-산업별노동조합(AFL-CIO)은 한미 FTA의 자동차 관련 조항의 재협상과 한국의 노동관행 개선 없이는 의회 비준을 추진하지 말 것을 차기 행정부 측에 촉구한 바 있다.
그렇지만 오바마 정부는 미국 자동차 산업 몰락의 주요 원인을 미국 안에서 찾아야 한다. 연료소비효율이 낮은 대형차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노조원과 그 가족뿐 아니라 퇴직자에게까지 지원된 복지비용으로 인해 회사 재정이 악화된 것은 왜 감추려 드는가. 자동차 수입이 개방된 한국에서 미국 차의 판매 부진은 성능과 디자인 등 품질경쟁력이 일본이나 유럽 차에 뒤진 탓임은 왜 외면하는가.
한미 FTA는 정치 안보 경제를 포함한 한미 동맹관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오바마 정부는 스스로 경쟁력을 잃은 자국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느라 한미 신뢰를 흔들어선 안 된다.
국내에서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한 것은 적어도 6개월 전인데 대비는 불충분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작년 10월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 FTA 자동차 부문의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정부는 미국 의회에 앞서 ‘선제적으로’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여야는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이른 시일 내 협의 처리’라는 막연한 합의를 하고 이를 미뤄 놓았다. 국회의 직무유기가 협정 상대국의 재협상 압박을 불러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