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규인]학부모가 전교조에 듣고 싶은 말

  • 입력 2008년 12월 25일 02시 58분


10월에 이어 23일 학업성취도평가와 학력평가를 둘러싸고 학교 현장이 혼란스럽다. 극히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시험 대신 ‘체험학습 소동’을 벌인 탓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중학교 1, 2학년 대상의 연합 학력평가를 개별적으로 거부한 학생은 36명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4일 “교과부가 거부 학생 수를 축소 발표했다”며 “실제로는 128명이 시험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의 전교조 교사는 7만여 명. 조합원 자녀 중 중학교 1,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 적어도 128명은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험 거부 논리가 조합원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전교조 강경파는 자기 논리에 빠져 시험에 응시한 학생이 135만 명을 넘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자신들의 ‘철학’에 따르지 않는 학부모를 무지몽매한 계몽 대상 정도로 여기는 모양이다.

이에 앞서 10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때 학생들의 시험 거부를 유도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서울의 한 교사는 22일 영하의 날씨 속에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학습을 강행했다.

한 학부모는 “감정적으로 여린 나이의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어 이념 싸움에 볼모가 돼야 하느냐”며 “차라리 징계교사들과 함께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교육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사교육비가 폭증할 것”이라면서 계속 반대 의견을 밝혔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는 “학생, 학부모가 사교육 시장을 찾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학교 교육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전문성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교사라면 학교 공부만 해도 실력이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불경기로 자녀가 다니던 학원을 줄였다는 한 학부모는 “선생님들이 학원비를 10%만 줄여 주면 가정 수입이 10%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10월 서울시교육청 국정 감사 때 한 국회의원은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 중 누가 더 잘 가르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선뜻 ‘학교 교사’라고 답할 수 있는 학부모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학부모가 전교조에 듣고 싶은 말은 ‘무조건 안 된다’가 아니라 ‘과외, 학원 필요없는 학교교육 하겠다’는 약속이다.

황규인 교육생활부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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