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동정민]국민공감 못얻는 공무원 ‘연금 욕심’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공무원 혼자의 월급으로는 아이 가르쳐 대학 보내고 여가생활하고 노후를 위해 (저금)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11일 열린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공청회.

공무원노조 대표로 참석한 박석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지금보다 ‘덜 받고 더 내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공무원의 희생을 전제로 한 합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논리는 “이번 공무원연금 개정안이 국민의 공감을 얻기에 부족하다”는 의원들의 지적과는 동떨어진 듯했다.

박 사무처장은 “국가경제가 어려운데도 공무원이 ‘자기 밥그릇 챙긴다’는 이야기도 듣지만 국가경제라는 건 우리가 열심히 힘을 내 뛰어서 살려야 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연금을 많이 받아야 국가를 위해 열심히 뛸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가 고도 경제성장을 하게 된 데는 공직사회가 불의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한 것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면서 “공무원들이 청렴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공무원연금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공무원들은 기업 근로자보다 보수가 열악하다고 하는데 중소기업에 한번 가봐라. 다들 내일 어떻게 될까 불안에 떨고 있다”며 “국민이 분노의 핵폭탄을 던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공무원=철밥통’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공무원=희생자’라는 공무원노조의 주장이 뚜렷이 대비됐다.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이 “공무원연금의 적자가 늘어나는 건 국민의 부담”이라고 지적하자 박 사무처장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그 부담을 다 안을 수는 없다”고 반론을 폈다.

그러나 공무원의 처우가 그렇게 불안하다면 최근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공무원이 되려는 지망생이 왜 그렇게 많은 것일까. 국민연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금혜택을 받는 공무원들이 과연 경제 한파에 떠는 국민의 고통을 알기나 하는지 궁금했다. 당장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서민들에겐 연금은 꿈도 못 꿀 일이다.

12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제1회 섬김이 대상’ 포장을 받은 경기 남양주시 김정식 경제환경국장은 “국민과 기업을 섬기는 정성은 공무원이 해야 할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공무원노조가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동정민 정치부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