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태평 장관, ‘농업지원금’ 개혁에 앞장서야

  • 입력 2008년 11월 25일 02시 59분


역대 정부는 1992년부터 작년까지 16년 동안 농업분야 투·융자 사업에 예산 106조 원, 지방비까지 합하면 126조 원을 쏟아 부었다. 김영삼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른 손실보전 등에 48조 원을,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에 따른 피해구제 등에 41조 원을 썼다. 노무현 정부는 쌀 개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후속대책으로 119조 원 규모의 투·융자 계획을 세워 작년까지 4년 동안 37조 원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쌀 직불금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농업 보조금 중 상당액은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이었다. 농업이 주업이라기보다는 관련 공무원들과 어울려 차 마시며 지원금 타내기에 골몰하는 ‘다방 농민’에게 혈세가 줄줄 흘러들었다. 영농조직, 영농계획 등 형식상의 구비조건을 적당히 만들어 거액의 보조금을 타낸 뒤 어떻게 썼는지 모르게 사업이 흐지부지된 경우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결국 천문학적 규모의 보조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농업 경쟁력의 근본적 개선은커녕 일반 농가의 소득보다 부채가 더 많이 늘어나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런 폐해는 나눠 먹기식 정책설계와 엉터리 관리감독 탓이 크다. 역대 정권은 농업부문에 푸짐한 돈 보따리를 푸는 ‘농업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농민 불만을 달래고 선거 때마다 표를 얻었다. 농업 보조금 운영 과정에서 거액 보조금 수혜자들과 관련 공무원,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정치권까지 비리 유착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취임 100일을 넘긴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요즘 ‘농가 생산성 개선’을 강조한다. 그는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으로 일하던 지난날 119조 원 투·융자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정책 목표와 현실의 괴리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물론 이런 거대한 모순을 장 장관 혼자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주무장관이 직을 걸고 근본적 개혁의 총대를 멜 용기가 없다면 농업개혁이란 소리는 다 잠꼬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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