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히말라야]<2>해발 5000m에서의 우연한 만남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산악인 고미영 씨(앞)가 마나슬루 등반에 앞서 안전과 성공을 기원하는 라마제를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코오롱스포츠
산악인 고미영 씨(앞)가 마나슬루 등반에 앞서 안전과 성공을 기원하는 라마제를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코오롱스포츠
베이스캠프 도착 다음 날인 2일 등반의 안전과 성공을 기원하는 라마제를 지냈다.

네모반듯한 돌로 쌓은 제단 중앙에 초타르(나무기둥)를 세우고 그 끝에 세 갈래로 늘어뜨린 줄에는 룽(다섯 색깔의 기)을 매달았다.

이곳 사람들에게 라마제는 등반 전 반드시 해야 하는 중요한 의식이다. 한 시간에 걸친 라마승의 불경을 들으며 무사히 등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등반의 성공은 출발했던 곳으로 건강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라마승은 자그마한 플라스틱 통에 각양각색의 쌀이 들어 있는 목걸이와 하얀색 스카프의 카타를 하나씩 걸어주며 등반을 마칠 때까지 잘 간직하라고 했다.

4일 베이스를 출발해 캠프1(5730m)에 도착했다. 캔 김치에 캔 고등어를 넣고 끓여 고등어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등반계획서를 만들 때 등반 목적에 항상 포함되는 항목이 있는데 바로 ‘고소식량 연구’다. 하지만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소식량은 변한 게 없다. 조리시간과 무게도 중요하지만 에너지를 보충하고 입맛을 잃지 않게 하는 음식이 최고의 고소식이다. 외국 대원들처럼 커피 한 잔에 비스킷 몇 쪽을 먹고 등반해봤지만 두 시간도 안돼 배고파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정상을 다녀온 다른 원정대 대원들이 캠프1에서 텐트를 걷고 있다. 이제 곧 우리만 남겠지. 고산에선 기다릴 줄 아는 느긋한 마음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때론 거센 눈보라 속에서 며칠씩 좁은 텐트 안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도 많다.

밤새 텐트를 뒤흔드는 눈보라와 바람소리에 잠을 설쳤다. 텐트를 나오니 눈이 모든 것을 덮어 버렸다. 짙은 운무로 불과 몇 m 앞도 보이지 않는다. 캠프1엔 김재수 대장과 나 둘밖에 없다. 다시 베이스캠프로 철수. 위성전화로 날씨 정보를 받아보니 사흘간 눈 내리고 이틀간은 바람도 거세다 한다.

현재 8000m 봉우리를 11개 등정한 여성 산악인은 3명. 이 중 두 명(에두르네 파사반, 니베스 메로이)이 이곳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6일 니베스 메로이(이탈리아)의 캠프를 방문했다. 놀라면서도 반갑게 맞아 주었다.

고미영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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